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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7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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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지난달 선박 신규 수주 물량 ‘0’
현대미포조선 블록 생산공장 조성 계획 취소
울산콤플렉스 나프타분해공장 가동 일시중단
한국의 ‘최고 부자도시’로 불리는 울산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업종이 모두 불황을 맞아 공장 확장 계획을 유보하거나 공장 가동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조선=10여 년간의 장기호황으로 울산을 부자도시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조선업계도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울산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4위인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7월부터 선박 수주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다 10월 이후 단 한 척도 수주를 못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그동안 월평균 10척 안팎의 신규 선박을 수주해왔다.
두 회사는 각각 앞으로 3년 6개월(400억 달러·370척)과 3년치(140억 달러·300척) 수주물량을 확보해 놓고 있지만 세계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선박 수주 감소는 물론 선박대금 지불 지연과 계약 취소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미포조선은 3000여억 원을 들여 울산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 일원 공유수면 32만 m²를 매립해 선박 블록 생산공장을 조성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현대중공업도 강양리 일원 40만 m²에 조성하려던 해양플랜트 공장 신설 계획을 지난달 초 취소한 바 있다.
▽석유화학=울산석유화학공단 조성 이후 40여 년간 울산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석유화학 업종도 불황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공단 내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는 지난달 27일부터 나프타분해공장(NCC)을 일시 가동 중단했다. 비닐과 타이어, 섬유 등 생활필수품의 기초 원료로 쓰이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만드는 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것은 1962년 창사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NCC공장(연간 에틸렌 19만 t 생산)이 가동 중단된 것은 에틸렌의 내수용 가격이 t당 1400달러로 너무 비싸 국내 수요업체로부터 외면당하고, 수출용은 t당 400달러로 낮게 책정돼 있어 생산원가(t당 600∼700달러)에도 못 미치기 때문.
또 합성수지의 원료인 폴리스틸렌을 만드는 ㈜동부하이텍도 최근 공장 가동률을 60∼70% 선으로 낮췄지만 재고가 넘쳐 생산 제품을 야적할 공간조차 없을 정도다. ㈜카프로도 카프로락탐 수요업체인 효성, 코오롱 등이 내수와 수출 부진을 이유로 주문량을 줄이면서 지난달 말부터 공장 가동률을 70% 선으로 낮췄다.
▽자동차=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울산의 자동차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오바마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자동차 관련 조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며 재협상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만약 울산의 최대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이자 한미 FTA의 최대 수혜 품목인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울산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6일 오전 서필언 행정부시장 주재로 경제 관련 부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난국 극복 회의를 열었다.
박맹우 울산시장도 5일 오전 북구 효문공단을 방문해 입주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수렴했다. 주봉현 정무부시장도 3일 경제인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울산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2006년 말 기준)은 3862만 원으로 2위 충남(2648만 원)보다 1214만 원이나 많았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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