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남 얘기 아니다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올 네차례 발생… “무한경쟁-소외감 분노로 표출”

7월 22일 강원 동해시청 민원실, 최모(36) 씨가 갑자기 칼을 휘둘러 근무 중이던 공무원 남모(37·여) 씨가 숨지고 또 다른 한 명이 크게 다쳤다.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초등학교 앞. 직업이 없는 김모(25) 씨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며 칼을 마구 휘둘러 오모(41) 씨가 숨졌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자주 발생해 ‘남의 이야기’처럼 여겨졌던 ‘묻지마 살인’ 사건이 올해 들어 국내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정 씨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D고시원 방화에 이은 흉기난동 사건을 포함해 올해에만 최소한 네 차례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앞서 일어난 3건의 묻지마 살인과는 그 양상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경찰은 정 씨가 2004, 2005년경 가스총과 회칼을 구입했고 범행 당일 평소와 달리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검은색 모자를 눌러썼다는 점에서 충동적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어느 경우든 한국도 이제 묻지마 살인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도 사회 공동체 의식 결여, 무한 경쟁으로 인한 소외감, 빈부격차 등이 심화돼 이로 인한 불만과 분노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표출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특히 한국은 지금 사회·경제적으로 평상시보다 훨씬 혼란스럽기 때문에 묻지마 살인 사건이 더욱 늘어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갖춘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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