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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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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선 추정… 일용노동자 술먹고 잠자다 참변
무허가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났다.
18일 오전 5시 32분경 서울 도봉구 창동 박모(57) 씨의 주거용 컨테이너에서 화재가 발생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박 씨와 박 씨의 친구 등 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거실 부근에서 합선 등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컨테이너 문이 잠겨 있는 상태여서 내부에 있던 사람들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웃 주민 장모(49) 씨는 “17일 박 씨 일행과 술을 마시다 오후 10시경 헤어진 뒤 각자의 컨테이너로 돌아가 잠을 잤는데 새벽에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불길은 컨테이너 절반가량을 태운 뒤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13분 만에 꺼졌고, 다행히 인근 컨테이너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숨진 4명은 20년 가까이 절친하게 지낸 사이로, 고물상 일을 돕거나 일용직 노동을 해왔으며 최근 경기 침체로 일감이 없어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를 찾은 이웃들은 “네 사람 모두 나이는 다르지만 오랫동안 형제처럼 지내왔다”면서 “최근 들어 수입이 크게 준 탓에 괴로워 술을 마신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불이 난 컨테이너는 주거용으로 27m² 규모의 내부 면적에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딸려 있다. 또 인근에는 비슷한 크기의 무허가 컨테이너 4동에 10여 가구가 거주해 왔다.
소방서 관계자는 “일반 컨테이너와는 달리 생활이 가능한 주거용 컨테이너로, 취사를 위한 LP가스통까지 갖추고 있어 자칫 큰 화재로 이어질 뻔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거용 컨테이너는 일반 공사장 컨테이너와는 달리 주택의 개념으로 매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관계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컨테이너인 탓에 정기적인 소방 안전점검을 받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10여 가구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언제부터 (컨테이너 촌이) 조성됐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무허가 컨테이너인 탓에 안전점검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