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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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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금으로 의복구입-회식
사업 자문 ‘몰아주기’ 의혹
국민연금공단의 방만한 운영 실태와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1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최고 부자 13년째 월 ‘360만 원?’=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국민연금의 낡은 계산법으로 인해 최고 기준소득월액은 13년째 360만 원으로 묶여 있다”며 “연봉 10억 원을 받는 가입자나 360만 원 월급쟁이가 똑같이 16만2000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험료와 급여 산정을 위한 기준소득월액은 1995년 정해진 최저 22만 원, 최고 360만 원의 범위를 따르고 있다. 도시근로자 평균가구소득은 당시 191만 원에서 지난해 367만 원으로 올랐지만 기준은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그 사이 소득월액 360만 원 이상 가입자는 1995년 전체 가입자 725만 명의 0.91%인 6만6000명에서 지난해엔 전체 1315만 명의 12.65%인 166만 명으로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좀 더 지켜보자는 게 지금까지 왔다”며 “현 상황에 맞게 기준소득월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 국민연금을 받을 자격이 됐는데도 이를 몰라 돈을 찾아가지 않은 사람이 모두 631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납부한 보험료 총액은 311억2500만 원이다.
원 의원은 “급여의 지급 시효를 현행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 큰 직원’=2003년 이후 공단 직원 251명이 개인정보를 불법 열람해 고발, 징계 등의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윤석용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지난해 11월 보건복지가족부와 공단의 감사가 시행되는 중에도 송파지사 A 대리는 5249건의 개인정보를 조회해 5202건을 외부에 유출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행정안전부와 국세청 등 25개 기관에서 재산 보유 현황, 소득, 가족관계 등 52종 285개 항목의 개인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공단이 제출한 ‘2007년 6∼11월 업무용 카드 사용 내용’을 분석한 결과 “부적절한 경비가 48건 11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사용 내용에 따르면 일부 직원은 주말에 사무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차례 식비와 노래방비를 지불했고 양말과 와이셔츠, 신발을 구입하기도 했다.
공단은 2005년 6월부터 ‘클린카드제’를 시행하며 업무용 카드를 사업추진비와 관서업무비(축·조의금, 체육대회, 종무식 등 공식행사)에만 쓰도록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간자본유치(BTL)사업 자문, 한 개 은행이 ‘독식’=국민연금이 BTL사업의 금융자문을 ING은행에 밀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단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에게 제출한 ‘BTL사업 자문료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06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15건 7767억 원 규모의 BTL사업 가운데 12건을 ING은행이 도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건도 ING은행이 타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맡았다.
유 의원은 “4월 실시된 감사에서 대체투자실의 직원 A 씨가 ING은행으로부터 부적절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BTL사업의 금융자문사 선정에 공단이 개입하지 않았지만 의혹이 제기된 만큼 앞으로 공단이 지배적 출자자로 참여할 경우 경쟁 입찰로 자문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국감장 국민연금 투자손실 ‘난타’▼
여야의원 질책 쏟아져
13일 국민연금공단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공단이 8월 말 현재 주식 투자에서 2조1583억 원의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은 “공단이 지난해 8월부터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19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23.4%의 손실률을 기록해 9월 말 현재 4억5000만 달러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애주 의원은 “국민연금의 중장기 기금운용계획을 세우는 국민연금연구원이 경제성장률을 다른 기관보다 높게 추산하는 등 엉터리 경제전망을 했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박해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청와대의 지시로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해 기금을 집중 투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박 이사장이 8월 27일 청와대 강윤구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면담한 뒤 9월 한 달 동안 1조9654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는데 이 금액은 올해 1∼8월 매수액(1조4667억 원)보다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이사장은 “청와대 압력으로 주식 투자를 늘린 것은 아니다”며 “(취임할 때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반면 김선정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은 “저평가돼 있는 해외 주식들이 많아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적극적으로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