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MP3시대에도 명맥 지키는 음악감상실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옛음악 선율따라 추억이 방울방울

압구정 ‘핑가스존’등 마니아들 발길 북적

희귀 LP판 등 ‘보물’많아 추억여행 제격

“야, 이 뮤직비디오 정말 오랜만에 본다.” “저 뮤직비디오 처음 나왔을 때 보고 정말 놀랐었지. 저게 얼마나 획기적인 발상이었는데….” 팝그룹 아하(A-HA)가 1985년도에 내놓았던 ‘테이크 온 미(Take on Me)’의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자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뮤직비디오에 얽힌 자신의 추억담을 털어놓더니 곧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뒤를 이어 친숙한 ‘아바’의 ‘맘마미아’가 흘러나오자 20대들도 흥이 난 모습이었다.

테이블 위 종이와 연필 옆에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신청곡은 메모지에 쓰셔서 DJ에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음악감상실 ‘핑가스존’. 20평 남짓한 공간에는 그렇게 20대에서 40대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취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 마니아들 사이 명성 높아

과거 오디오가 귀하던 시절 ‘음악감상실’은 음악을 원 없이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음악감상실을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DJ에게 신청한 일은 중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추억이다.

전 국민이 MP3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다닌다고 할 만큼 음악이 흔한 시대가 되면서 음악감상실의 전성기는 지나갔지만 음악감상실 몇 곳은 여전히 음악 하나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2000년에 개장한 압구정동의 ‘핑가스존’은 팝에서부터 록,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을 틀어줘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름 높은 감상실이다.

LP판 2만 장, CD 1만 장, DVD 4000여 장 등을 소유한 주인 김남욱(38) 씨 덕에 이곳에서는 밤새 희귀 곡과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온다. 가수 박진영과 김건모 등도 이곳의 단골손님이다.

김남욱 씨는 “어렸을 때부터 음반을 모으며 이렇게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며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어서인지 손님들 연령대도 가지각색”이라고 말했다.

‘핑가스존’이 다양한 장르를 다룬다면 관악구 봉천동의 ‘신포니아’와 경기 고양시 일산의 ‘돌체’는 클래식만을 다루는 ‘클래식 전문 음악감상실’. 이들 감상실은 클래식 동호회의 모임 장소로도 애용되며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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