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탁트인 길, 공짜 버스… 오늘만 같아라”

  • 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4분


도화지가 된 도로‘차 없는 날’인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차도 위에서 어린이들이 흰 천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매연 없는 거리’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띈다. 박영대 기자
도화지가 된 도로
‘차 없는 날’인 22일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차도 위에서 어린이들이 흰 천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매연 없는 거리’라고 쓰인 문구가 눈에 띈다. 박영대 기자
■ ‘차없는 날’ 시민들 표정

무료 승차 홍보 부족 교통카드 무심코 대기도

일부 구간선 이용객 몰려 평소보다 혼잡빚어

“공짜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니까 너무 기분 좋네요.”

“평소 승용차로 가득하던 종로를 걸어서 출근하니까 상쾌했어요.”

22일 서울 도심에서는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자가용을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취지의 ‘차 없는 날’ 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와 청계천로 일부 구간에 차량이 통제되고 국철과 인천 지하철을 포함한 수도권 지하철과 서울 버스가 출근시간에 무료 개방됐다.

출근시간에 만난 시민들은 에너지 절약과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차 없는 날’의 취지를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행사를 모르는 시민도 적지 않았고, 차량 통제에 정체까지 겹쳐 볼멘소리를 내는 택시 운전사도 있었다.

○ 출근시간 버스, 지하철 공짜

“오늘은 차 없는 날이라 오전 9시까지 무료입니다.” 버스 운전사의 안내에 시민들은 한결 가벼운 걸음으로 버스에 올랐다.

오랜만에 버스를 이용해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광화문으로 출근했다는 김영대(48) 씨는 “차 없는 날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대중교통이 9시까지 무료인 것은 몰랐는데 갑자기 공짜라니 반가웠다”며 “에너지 절약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일년에 하루 정도 이런 행사를 벌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윤지(24) 씨도 “매일 줄서서 카드 찍는 게 일이었는데 카드를 안 찍고 버스를 타니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평소 차로 가득 찼던 종로 거리는 보행로로 변신해 시원하게 뚫렸고 곳곳에서 문화 행사가 열렸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올해 처음으로 ‘차 없는 날’ 행사에 동참했다. 경기 안산시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단원구 고잔동 광덕로 300m 구간(시청 앞∼농협 사거리)의 차량 진입을 통제했고, 인천시도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 주변 도로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차 없는 날’ 행사를 개최했다.

○ 택시 운전사-일부 시민 불편 호소

많은 시민이 행사를 반겼지만 아쉬움을 호소한 사람도 있었다.

우선 행사 자체를 모르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교통카드 태그기에 ‘오늘은 차 없는 날이니 무료’라며 카드를 대지 말라는 표시가 붙어있었지만 시민들이 습관적으로 카드를 대는 바람에 버스 운전사는 계속 안내를 해야 했다.

무료탑승 행사에서 경기도에 등록된 광역버스와 시내버스는 제외돼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 주민들은 서운하다는 반응이었다.

경기 용인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한 이성진(33) 씨는 “광역버스도 공짜인 줄 알았는데 경기도 광역버스는 무료가 아니라 당황스러웠다”며 “출근 시간도 평소와 비슷하게 걸려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 김용기(52) 씨는 “대중교통을 권장하는 날이면 자가용만 통제하지 왜 택시까지 진입을 막는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한 모범택시 운전사는 “차 없는 날이라더니 차가 왜 이렇게 많으냐”며 교통경찰을 향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몇몇 버스와 지하철 일부 구간은 대중교통 이용객이 몰려 평소보다 더 혼잡을 빚었다. 대학생 김현수(21) 씨는 “버스에 사람이 너무 많아 지쳤다. 조금 더 증차를 했더라면 이용이 쾌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 영상취재: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이진아 인턴기자


▲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최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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