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 환경 등 인류 공동문제 해결에 대학들 힘 합쳐야”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동아일보사와 동아사이언스,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KAIST의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하는 스티븐 매클로플린 조지아공대 부총장(왼쪽부터), 서남표 KAIST 총장, 폴 그린필드 퀸즐랜드 총장, 시릴 반 에팡테르 파리공대 총장이 대학 간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7일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모든 나라의 미래와 관련 있는 에너지와 환경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주제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동아일보사와 동아사이언스,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KAIST의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 참석하는 스티븐 매클로플린 조지아공대 부총장(왼쪽부터), 서남표 KAIST 총장, 폴 그린필드 퀸즐랜드 총장, 시릴 반 에팡테르 파리공대 총장이 대학 간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주제로 7일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모든 나라의 미래와 관련 있는 에너지와 환경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주제로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진환 기자
■ 韓美佛濠 총장 - 부총장 4인 좌담

《동아일보사와 동아사이언스,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KAIST의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가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1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 프랑스 일본 호주 덴마크 이스라엘 등 외국 대학 총장 12명과 국내 대학 총장 8명을 포함해 20개국 1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연구중심대학 간의 국제 협력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한다. 이 포럼에 앞서 프랑스 파리공대 시릴 반 에팡테르, 호주 퀸즐랜드대 폴 그린필드, KAIST 서남표 총장, 미국 조지아공대 스티븐 매클로플린 부총장 등 4명은 7일 웨스틴조선호텔 3층 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나 대학의 국제 협력과 한국 과학의 화두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21세기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와 생명공학 분야의 공동 연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美 매클로플린 “남아공과 물부족 연구진행 지금은 美에도 도움”

佛 에팡테르 “학생들 열린사고 필요… 한학기는 무조건 유학”

濠 그린필드 “자신의 장점부터 찾아 협력… 주제는 무궁무진”

韓 서남표 “정부, 균등지원보다 잘하는 곳 밀어줘야 성과”

―세계 주요대학들이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티븐 매클로플린 조지아공대 부총장=여러 가지 목적이 있다. 무엇보다 대학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나라에 훌륭한 학생이 많다. 우리 대학은 역사가 짧지만 매우 뛰어난 학교인데, 지금까지 국제협력을 통해 연구와 교육 경쟁력, 학교의 명성을 끌어올렸다. 국제협력의 목적은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해서다.

▽폴 그린필드 퀸즐랜드대 총장=대학 간 국제협력은 학생들의 교육 기회를 확대해 줄 수 있다. 학생들을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중요한 연구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문제 해결력을 키울 수 있다.

▽시릴 반 에팡테르 파리공대 총장=경제와 기업이 글로벌화하고 있다. 이제는 다문화에 대한 이해가 학생들에게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방식의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방식의 교육에도 적응해야 한다. 국제협력을 통해 학생들은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열린 사고(오픈 마인드)도 기대할 수 있다.

▽서남표 KAIST 총장=세계 여러 나라에 엄청난 역량의 대학들이 있다.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으로 성장하려면 시설과 좋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것을 안에서만 해결하는 것보다는 다른 나라에 있는 우수한 대학들과 협력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국제협력의 성공적인 사례와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

▽매클로플린=미국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들어가는 대학들은 국제협력이 활발하다. 우리는 프랑스 메스에 캠퍼스가 있고 1500명의 동문이 이곳에서 배출됐다. 이곳에서 다양한 공동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런 성공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양쪽에 다 성공적인 모델을 찾아야 하고, 문화적인 요소도 많이 고려해야 한다.

연구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관심 주제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프리토리아대와 5월부터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연구와 교육을 시작했다. 앞으로 50명의 석사과정 수료자가 배출될 것이다. 18년 전부터 우리는 아프리카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 연구팀들과 공동으로 연구해 왔다. 그런데 최근 조지아공대가 있는 애틀랜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밖에서 했던 공동 연구가 안에 있는 우리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린필드=인도네시아대와 심리학 과정에서 공동학위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쪽 대학에서 2∼3년을 공부하고, 1년은 다른 대학에서 공부한다. 지금까지 150명의 졸업생이 나왔다. KAIST와는 생화학 분야에서 초기 단계의 협력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생화학 기술을 이용해 탄수화물에서 유용한 신물질을 개발하는 것이다.

▽에팡테르=3가지 단계가 있는데 어려움이 많다. 프랑스 대학의 특성상 우리는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돼 있는데 일단 프랑스 내에서 다른 대학들과 협력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유럽 차원의 협력이다. ‘IDEA 리그’로 불리는 네덜란드 델프트대, 독일 아헨공대,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스위스 취리히공대 등 이공계 명문대들과 협력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가 국제 수준인데 쉽지 않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중국 대학들과 협력하고 있다. 매년 200∼300명의 중국 학생이 프랑스로 오고, 100명의 프랑스 학생이 중국으로 간다. 돈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우리 학생들이 외국으로 가는 건 꼭 필요하다. 한 학기는 무조건 외국으로 나가게 하고 있다.

▽서남표=KAIST는 그동안 국제협력이 부족했지만 최근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1학년 학생의 7%는 외국에서 받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는 토목 건설 분야에서 공동 박사학위 과정을 운영해 왔다. 조지아공대와는 전기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공동 학위 과정을 시작한다.

▽그린필드=공동 연구에는 많은 주제가 있다. 연구자에게 중요한 건 둘이서 협력할 것인지 여럿이서 할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다. 호주는 지리적 특성상 양자 간 협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가 강점을 가진 것을 찾아야 하고 상대를 찾아야 한다. 또 연구팀의 스타일도 맞아야 한다. 공동 주제로 연구해 볼 만한 주제는 정말 많다.

▽에팡테르=공동 연구와 관련해 교수 차원의 공동 연구 주제는 개별 단위의 연구팀이 알아서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기관 대 기관으로 이루어지는 공동 연구 주제는 전략을 가지고 위에서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연구중심대학들이 직면한 과제는….

▽서남표=결국 돈이다. 미국 대학들이 세계 최고가 된 건 선택과 집중을 했기 때문이다. 과거 냉전 때는 국방이란 명목으로 컴퓨터, 전자공학 등이 강한 대학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의료산업이 강한 대학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선 모든 대학에 균등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런 식으로 해선 잘될 수가 없다. 성공하는 곳도 나오고 망하는 곳도 나와야 한다. 잘하는 데를 집중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린필드=호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방식으론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매클로플린=경쟁이 있어야 한다. 경쟁을 통해 잘하는 대학들이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공립대학들도 사실상 사립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20%만 주정부의 지원을 받고 나머지는 연구 등을 통해 벌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남표=한국 정부가 대학교육에 쓰는 돈은 34억 달러(약 3조7400억 원) 정도 된다. 이것은 하버드대의 1년 예산과 비슷하다. 이 돈으로 27개의 국립대학을 지원한다. 그러나 미국은 10개 대학의 1년 예산이 25억 달러(약 2조7500억 원)를 넘는다. 연간예산이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인 대학도 50개나 된다.

“미국에서도 이공계 기피 심각

외국서 우수 인재 유치로 해결

대학끼리 경쟁도 더 확대해야”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해 어떤 분야의 연구에 가장 힘을 쏟고 있나.

▽매클로플린=가장 많이 투자하는 건 나노기술이다.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투자하고 있다. 생명공학 분야에선 의대가 있는 에머리대와 4개의 전공을 개설해서 협력하고 있다. 우리는 의대가 없기 때문이다. 조만간 에너지 분야에도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에팡테르=학교 내에서 여러 전공의 교수들이 모인 융합 학문 팀을 만들려고 한다. 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에너지, 의료, 정보기술(IT) 분야다. 우리는 특별히 핵에너지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10개 학교와 국제 수준의 핵에너지 교육·연구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린필드=생명공학, 신경과학, 해양생물학, 자원공학, 경제학, 심리학, 양자물리학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서남표=앞으로 중점 투자할 분야로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Sust―ainability)’라는 네 가지 분야를 정했다. 에너지, 환경, 수자원,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보존을 통한 지속가능성이다.

―한국은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고민이 많다.

▽그린필드=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고등학교의 문제가 더 크다.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을 전공할 때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남표=한국에선 미국만큼 많은 공학 전공자가 배출되고 있다. 매년 7만 명이다. 문제는 ‘톱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이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철저한 경쟁을 통해 우수 학생을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은 시장에서 도태돼 문을 닫는 형태로 해결해야 한다.

▽에팡테르=프랑스에서 최고의 이공계 인재는 우리 학교에 있다. 우리 학교에서 졸업하는 이공계 인력의 20∼30%가 금융권으로 진출하고 있다. 경제적 대우와 근무 여건이 더 좋기 때문이다. 지금 과학기술계, 특히 에너지 분야에선 많은 학생이 필요한데 이런 분야는 돈을 더 주면 얼마든지 좋은 학생들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

▽매클로플린=미국도 이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는 이것을 밖에서 해결할 수 있다. 우리 학교에는 지금 500명의 한국 학생이 있는데 아주 우수하다. 인도 학생은 1000명, 중국 학생은 900명이나 있다. 이런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한국이 투자해야 할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조언해 달라.

▽그린필드=KAIST가 추구하고 있는 ‘EEWS’가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모두 세계와 관련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매클로플린=통신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이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대단하다. 특히 3세대(3G) 휴대전화 기술 등에서 매우 강하다. 한국은 IT 개발과 도입에서 다른 나라보다 2, 3년 정도 빠른 것 같다. 이렇게 성공한 경험을 이용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다고 본다.

▽서남표=35년 전 우리나라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현대적인 나라다. 교육 수준도 매우 높다. IT, 조선, D램 반도체, 철강 등에서는 세계 최고인데 이것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

참석자 프로필

■서남표 KA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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