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과학영재학교 전환 서울과학고’ 합격 비밀은 끈기+집중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독서광 육경완 군·종이접기 신동 최재구 군 합격 스토리

2009학년도부터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돼 개교하는 서울과학고가 내년 3월에 입학하는 신입생 선발 전형을 모두 마무리하고 22일 최종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전환 결정이 이뤄진 이후 첫 신입생 선발이라 ‘어떤 학생이 어떻게 준비해서 합격했는지’ 궁금해 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합격통지를 받고 입학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는 두 학생을 만나봤다.

○ 꾸준한 독서가 논술·실험 대비에 도움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광 육경완(충암중 3년) 군은 한글을 뗀 생후 30개월부터 책 욕심이 유난했다. 육 군이 가장 좋아했던 책은 동화 형식으로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 동화책’. 또래 친구가 어린이용 창작 동화를 읽기 시작할 무렵 육 군의 독서 편력은 이미 세계사나 철학 분야까지 넓어져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구입한 책만 어림잡아 2000여 권. 책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4학년 때부터는 학교 도서관을 활용해 독서 욕구를 충족시켰을 정도다.

육 군의 어머니 김진숙(41·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 수업이 시작돼도 경완이가 읽고 있던 책을 놓으려 하지 않아 선생님께 꾸중도 많이 듣고, 학교 스트레스 때문에 배앓이도 하곤 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기억한다.

교내 수학 경시대회에서 육 군의 재능을 알아 본 초등학교 선생님이 영재교육을 권하면서부터 육 군의 영재성은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4학년 겨울에 응시한 서울 서부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시험에 합격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영재교육을 받았다. 자연계열 전공자인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6학년을 마칠 무렵에는 고등학생용 수학 기본서인 ‘수학정석’을 뗄 정도가 됐다.

다른 합격생들에 비해 육 군의 경시대회 수상실적은 화려한 편은 아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응시한 한국물리올림피아드(KPhO) 동상과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차 대회 은상이 전국 단위 대회 수상 실적의 전부다. 김 씨는 “전형과정에서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의 반영비중이 클 것이라는 말이 많아 최종 발표까지 마음을 졸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육 군은 “과학 관련 도서를 꾸준히 읽으면서 얻은 배경 지식이 3단계 과학 논술이나 4단계 과학 실험 및 토론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영재학교에서 물리학 분야를 깊이 공부한 다음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것이 일차 목표”라고 말했다.

○ 종이접기 신동에서 호기심 많은 과학영재로

성적우수생으로 최종 합격한 최재구(백마중 3년) 군은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한 번 몰입하면 무섭게 집중하는 유형. 한글을 깨친 네 살 무렵, 직장 생활을 하는 부모님이 재미로 사다 준 종이접기 책에 빠진 최 군은 밥 먹는 것, 잠자는 것도 잊어가며 종이접기에 몰두했다. 전문가들도 몇 시간은 걸리는 복잡한 모양의 종이 접기도 책에 나온 대로 완성할 때까지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꿈쩍하는 일이 없었다.

주변에서 ‘종이접기 신동이 났다’며 치켜세웠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한 부모는 최 군이 종이접기 하는 것을 말렸다. 그러자 최 군의 관심은 과학상자, 십자수, 스도쿠, 판타지 소설 등으로 계속 옮겨갔다. 한번 몰입해서 집중하기 시작하면 부모가 빼앗아서 버리는 그 순간까지 엄청난 끈기와 집착을 보이는 모습은 여전했다.

학교 수업에는 관심이 없고 숙제도 검사만 피할 요량으로 답만 베껴 적는 최 군 때문에 애를 태운 날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내 성적은 최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최 군의 어머니 김도심(43·경기 고양시 일산구) 씨는 “관심사가 계속 바뀌면서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구독하기 시작한 ‘과학동아’만큼은 그만 보겠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 군이 본격적으로 영재교육 코스에 들어선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교사의 권유로 경기 고양시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이듬해에는 아주대 부설 영재교육원에 들어가 물리학 심화과정까지 공부했다.

각종 올림피아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KMO 중등부문 1차와 2차 시험에서 각각 금상과 은상을, KPhO에서는 금상을 수상했다. KMO 고등부문에 응시해 동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 군의 공부방식은 책상 앞에서 문제집만 파는 전형적인 모범생과는 많이 다르다. 최 군의 공부는 침대 근처를 크게 벗어나는 법이 없다. 침대 머리맡엔 언제나 과학 잡지, 신문, 만화책이 수북이 쌓여 있다.

요즘 물리학의 매력에 흠뻑 빠진 최 군은 또 한 번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다.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를 다룬 책을 독파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 물리학 강의 동영상을 찾아보느라 하루가 짧다.

“졸업 후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해서 세상을 깜짝 놀래 줄 물리학적 발견을 하고 특허도 내고 싶다”는 최 군의 꿈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것이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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