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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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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동에 파업까지 악재 겹치고
금리 오르고 가계빚 느는데
주가 하락으로 자산은 줄어
탄력잃은 경제 침체 가속도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국제유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경기가 뚜렷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물가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고용사정이 악화되면서 소비자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 여기에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화물연대 파업 등 정치 사회적인 악재까지 겹치면서 가뜩이나 상승 탄력을 잃은 한국 경제의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 4년 만에 민간소비 감소
상반기 중 한국의 실질 GDP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3% 성장해 수치만 보면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성장률이 4.5%로 낮아 발생하는 ‘기저(基底)효과’를 고려한다면 높은 편도 아니다. 특히 1분기, 2분기 연속 전기 대비 성장률이 0.8%로 나타나 성장세 둔화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1분기, 2분기 모두 전 분기 대비 0.8% 성장했기 때문에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3% 속도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2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보다 0.1% 떨어져 2004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건설투자는 아파트 미분양 사태와 부동산 침체로 전기보다 0.6% 감소했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미국산 쇠고기 파동, 화물연대 파업 등 불규칙한 요인으로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와 투자가 안 좋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소비 부진으로 2분기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성장률도 전기보다 0.7% 감소해 2005년 1분기(―0.4%)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 가계 채무 부담과 일자리 악화도 소비심리 얼려
시중 금리의 상승으로 가계의 채무 상환 부담마저 늘어 소비 여력도 크게 줄고 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연 8%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의 금융부채 비율은 148.1%로 2006년보다 5.6%포인트 상승했다. 쓸 돈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라 소비 여력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자산소득이 줄어든 점도 소비 위축의 원인이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가가 1% 떨어지면 민간 소비는 약 0.0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계 금융 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2002년 12.8%에서 2007년 말 20%로 늘었다.
일자리가 늘어 소득이 증가한다면 물가 부담을 다소 덜겠지만 고용 사정도 여의치 않다. 6월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5년 2월(8만 명)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 ‘기대 인플레이션’ 막고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해야
국제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물가 오름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예정돼 하반기 물가는 6%대로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물가 불안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채무 부담이 더 늘기 때문에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전문가들은 인플레 심리를 잡고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중장기적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공공요금과 임금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막고 재정 지출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문석 상무는 “성장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도 어렵고 재정도 크게 풀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규제 완화와 감세를 통해 중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키우는 근본 대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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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