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쓰고 새총 정조준…정체 모를 ‘폭력 선봉대’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사진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사진 제공 서울지방경찰청
20여명 몰려다니며 경찰버스 부수고 투석

촛불집회가 폭력시위로 변모한 25일 오후 11시 반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옆골목. 가장 선두에서 전경들과 대치하던 20여 명이 갑자기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들은 어디선가 10m 길이의 밧줄 두 개를 가져와 경찰버스에 걸었다.

군중은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일렬로 늘어서 밧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선두그룹은 무작정 당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령껏 방향을 바꿔가면서 당겨 육중한 버스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쇠파이프까지 등장하는 등 시위 양상이 거칠어지면서 심야 폭력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비폭력’을 외치는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등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 관계자들과도 구분된다. 경찰은 과격 폭력시위의 첨병 역할을 하는 이들의 신원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26일 밤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도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20여 명의 남성 시위대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경찰을 향해 모래를 뿌리고, 조선일보 계열사인 코리아나호텔에 몰려가 기물을 부수고 경비 직원을 폭행했다.

25, 26일 이틀 동안의 집회에선 쇠공을 장착한 새총을 비롯해 쇠파이프, 돌을 채운 페트병, 벽돌 등 큰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를 든 시위대가 눈에 띄었다.

폭력을 주도하는 이들 대부분은 20, 30대의 젊은 남성이지만 40, 50대도 끼여 있다. 경찰은 이들이 단체 관계자는 아닌 것 같고 각종 인터넷 카페에서 폭력시위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직접 거리로 나온 것으로 일단 추정한다.

경찰은 폭력시위로 연행된 사람들 가운데 실업자와 노숙자 등 최근의 경제 상황과 자신의 처지 등에 불만을 품은 ‘사회 불만세력’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단체의 활동가들과는 달리 얼굴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폭력시위 현장에서 사진 채증을 하더라도 신원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른바 ‘전문 시위꾼’이 참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06년 평택미군기지 반대시위와 2007년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등을 두루 경험한 전문 시위꾼들이 참여했다는 관측도 있다.

경찰 정보 관계자는 “시위 경험이 많은 이들이 최근 주도적으로 참가하면서 집회가 이전과 달리 과격화 조직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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