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해진 살림살이에 병원이용도 줄어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미용성형 “나중에”… 좀 아파도 “참자”

《대학 4학년생 임선영(가명·22) 씨는 지난해부터 코 성형 수술을 준비해 왔다.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임 씨는 최근 수술을 미루기로 했다. 물가 상승으로 학원비, 책값 등 다른 취업준비 비용이 크게 늘면서 250만 원 정도 드는 수술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 씨는 “당장 아파서 받는 수술이 아닌 만큼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받아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성형, 피부관리, 치아교정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의료시술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분야는 주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로 경기에 민감한 분야다. 》

▽“성형, 치아교정? 다음에 하지”=최근 서울 강남 소재 성형 개원가에는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김병건 BK동양성형외과 원장은 “올해 3∼5월 눈·코 성형수술 고객은 지난해보다 30%, 500만∼600만 원인 안면윤곽 수술은 4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치아교정, 미백, 임플란트 등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치과도 고전하고 있다. 307곳의 치과가 몰려 있는 서울 서초구에는 1∼5월에 12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폐업 의원(21곳)의 절반이 넘는 것.

서울시치과협회 관계자는 “대당 200만∼400만 원에 이르는 임플란트 가격이 너무 비싸 이를 빼고도 임플란트를 이식하지 못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라식 등 시력교정 수술 건수도 크게 줄었다. 임기환 이대목동병원 안과 교수는 “150만∼180만 원 하는 라식수술 비용 부담 때문에 그냥 안경을 쓰겠다는 환자가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웬만큼 아프거나 불편한 증상은 그냥 참고 지내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척추관절 시술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의 중증 환자가 받는 수술적 치료는 큰 차이가 없는 반면 통증을 완화하거나 질환의 진행속도를 늦추기 위한 비수술적 치료는 크게 줄었다.

나누리병원의 임재현 부원장은 “척추감압술, 척추유압술 등의 수술 건수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약물과 고주파로 통증을 줄이는 비수술적 치료는 2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개원 미루고 해외 환자에 눈 돌려=올해 3∼5월 BC카드의 의료기관 이용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성형외과가 19.3%, 치과가 12.6%, 피부과가 3.1% 늘었다.

전 업종 이용금액 평균 증가율(26.1%)에 크게 못 미치는 것. 삼성카드 역시 전 업종 증가율은 18.3%인 반면 치과와 피부과에서 사용한 금액은 각각 16.3%, 12.9% 느는 데 그쳤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개원을 늦추거나 아예 해외 환자 유치로 눈을 돌리는 병의원도 늘고 있다.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고용의사로 일하는 서모(35) 씨는 “내년에 개원하려다 경기가 너무 안 좋아 2, 3년 후로 계획을 미뤘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은 하반기에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아예 중국 싱가포르 몽골 러시아 등 해외 환자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최근 일본 진출을 꾀하고 있는 예치과 관계자는 “국내 환자는 감소하는 반면 해외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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