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생큐 ‘학습 매니저’님∼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7분


《서울 S여고 2학년 최모(18) 양은 지난해까지도 엄마가 없으면 책상 앞에 한 시간도 앉아 있지 못하는 ‘마마 걸’이었다. 영어 단어를 몇 개나 외웠는지 학습지를 몇 장이나 풀었는지 엄마에게 항상 검사받았다. 누구에겐가 의존해서 공부하는 타율성에 길들어진 셈이다.

엄마가 잠시만 자리를 비워도 책을 제쳐두고 인터넷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였다.

요즘 최 양은 혼자 공부한다. 매일 공부 계획을 세우고 일일 학습량을 마쳐야 잠자리에 든다.

이제 딸을 ‘감시’하지 않아도 되는 엄마에게는 여유로움이 찾아왔다.

며칠 전 딸이 혼자 기말고사 대비 공부계획을 만든 것을 보자 엄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엄마만 없으면 인터넷-딴전

스스로 공부계획 세워 실천

최 양의 변화는 지난해 11월 학습 매니지먼트 업체를 찾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공부법의 문제점을 진단받고 ‘멘터’로 불리는 학습 매니저에게 1 대 1 공부 코칭을 받았다.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점검하는 훈련을 반 년 남짓 반복했다. 그는 “예전엔 엄마의 성화 때문에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어 짜증이 났는데, 지금은 공부가 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1분 1초가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공부 방법 진단서 해법까지 맨투맨 코칭

‘Prime TOWN’ 기사목록

▶ 생큐 ‘학습 매니저’님∼

▶ “오늘 해야 할 공부를 내일로 미루지 말라”

▶ 재능수학교실/분수의 곱셈, 약분에 주의!

▶ 지혜로운 어머니의 자녀교육 <2>

▶ IBT 토플 완전 정복 <3> 듣기(Listening)

▶ 자연계 영재교육 따라잡기 <4>

▶ 상두야 대학가자 <13> 1학기 수시모집 지원전략

▶ 해도해도 제자리? 내신 국어 이렇게하면 쑥쑥!

▶ 탐구영역, 교과서로 돌아가라… 기초체력을 다져라

▶ 수험생이 궁금해하는 입시문답

▶ 영어로 대학가기/TEPS 어휘 공부방법

▶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젊음의 묘약’ 호르몬

▶ 고통스러운 허리디스크, 메스를 대기가 두렵다면…

▶ 계획의 실패는 곧 실패를 계획하는 것

▶ 키워드로 보는 세상/교육양극화

▶ 알짜 학습 정보

학습 매니지먼트 업체를 찾는 학생들은 대부분 중1∼고1학년생이다. 특수목적고 입시를 대비하는 중학생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중1, 2학년생과 초등 고학년생의 비율이 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학생을 상대로 MBTI 성격유형검사나 행동발달검사, 주요 교과목에 대한 학업능력평가 등을 실시해 얻은 기초 자료를 토대로 생활 속 고민이나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 등을 찾아보는 심층상담을 한다.

학습 매니지먼트 업체인 에듀플렉스 개포센터 이윤미 원장은 “또래 친구 못지않은 학습 능력이 있는데도 목표 의식이 없어 학습 부진에 빠진 학생이 적지 않다”며 “공부의 기초체질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으로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습 매니저와 함께 자신의 적성, 특기, 희망 등을 고려해 어떤 직업이 적합한지,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대학 및 전공이 필요한지를 탐색해 년 학기 월 주 일 단위의 맞춤형 학습 및 생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에듀플렉스 박중선 선임매니저는 “처음에 공부 계획을 세울 때는 매니저와 학생의 역할이 8 대 2 정도로 매니저의 비중이 높지만 학생의 역할을 점차 늘려서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워 실천하게 하는 데 역점을 둔다”고 말한다.

학생들은 다이어리 형태의 ‘학습 플래너’에 계획 실천 여부, 부족했거나 보완할 점 등을 매일 체크하고 매니저와 상담을 하면서 자기 주도적인 공부법을 몸으로 익혀 나간다.

매니저는 공부 기술에 대한 조언도 해 준다. 예컨대 영어 독해문제지는 지문 하나당 모르는 단어가 15개가 넘으면 수준에 맞지 않기 때문에 학습효과가 떨어진다든지, 노트 필기는 칠판 필기를 전부 받아 적기보다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하되 중요 부분은 색깔 있는 펜을 활용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이다.

산만한 학생들을 위해서 매니저가 학생과 함께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과외처럼 영어나 수학 등의 과목을 직접 가르치는 개별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를 받는 데 드는 비용은 매월 30만∼40만 원 선. 초기 진단 및 상담 비용은 업체나 검사항목 등에 따라 40만∼70만 원 수준으로 다양하다.

학습 매니지먼트 업체인 TMD교육그룹 오혜정 선임 컨설턴트는 “학생마다 편차가 있지만 빠르면 3개월, 평균 6∼12개월이면 학생들의 공부 틀이 잡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매니저와 대화로 자녀 교육 스트레스 풀어

학습 매니지먼트 서비스 대상은 학생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학부모를 상대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강 등을 통해 자녀의 성적이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은연중에 자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말을 하지는 않는지, 시험 결과에만 집착해 공부 과정은 아랑곳 않고 자녀를 몰아세우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1 대 1 학습 코칭 서비스를 받는 딸 윤주영(17·성신여고 2년) 양을 둔 이향재(47·서울 성북구 동선동) 씨는 “예전엔 아이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기지 못해 나부터 조바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주영이의 선택과 책임을 믿고 기다릴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TV나 컴퓨터 이용시간 줄이기처럼 부모가 훈계하면 자녀가 잔소리로 받아들여 자칫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사안도 매니저를 활용해 비교적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다. 주 1, 2회의 전화 상담 시간을 이용해 집에서 자녀가 꼭 고쳤으면 하는 습관이나 버릇을 매니저에게 미리 전달하면 매니저가 상담시간에 학생에게 조언 형태로 전달한다. 학생들은 같은 얘기도 매니저의 입을 통하면 훨씬 신뢰하고 권위 있게 받아들인다.

TMD에서 학습 매니지먼트를 받는 딸 유다진(13·정신여중 1년) 양을 둔 정효녀(37·서울 송파구 잠실동) 씨는 “매니저가 싫은 소리하는 엄마의 역할을 상당 부분 맡아 줘 집에서 아이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며 “아이의 진로나 생활에 관한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매니저와 함께 고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