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프트럭 1만7000여대 스톱… 공사 현장 비상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미분양사태로 경영난 겪는 건설사, 장기화땐 치명타

■ 건설기계노조 파업 돌입

덤프트럭 운전사가 주축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건설기계노조) 회원들이 기름값 지급 등을 요구하며 16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집단 작업 거부)에 나섰다. 국내에 있는 덤프트럭 5만 대 가운데 이 노조에 가입된 덤프트럭은 3대 중 1대꼴인 1만7000여 대.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재 수급에 애로를 겪고 있는 건설현장에 건설기계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공기 지연 등 공사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하면 부동산 경기 악화와 미분양 사태 등으로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당수의 건설업체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정부와 노조 합의점 못 찾아

국토해양부와 건설기계노조는 15일 오후 11번째 실무협의를 했지만 양측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건설기계노조와 정부의 주요 쟁점은 건설기계 임대차 분야에서 불평등한 계약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5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표준계약서’의 준수 문제.

노조는 “임대차 표준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임대료 안에 포함된 기름값을 건설업체 등 발주처가 부담할 수 있게 정부가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임대차 표준계약서가 시행됐지만 대부분의 건설현장에서는 노조원들이 자비로 기름값을 충당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 노조는 또 현재 10시간 정도인 건설기계 가동 시간도 임대차 표준계약서에 정해진 대로 8시간으로 줄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임대차 표준계약서가 모든 건설현장에서 빨리 준수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국토부 산하기관이 발주한 공공공사는 발주처가 기름값을 부담키로 했다. 민간 공사도 건설업체들이 기름값을 부담하도록 대한건설협회 등을 통해 권고할 방침이다.○ 파업 장기화 땐 건설현장 마비

건설기계노조 파업으로 건설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덤프트럭이 많이 필요한 전국의 택지개발, 도로 건설, 간척지 매립공사 현장에서는 공사 차질이 우려된다. 아파트 건설 현장도 덤프트럭이 모래 등 자재를 레미콘 업체에 날라주지 않기 때문에 콘크리트 타설 지연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대료를 올려 주더라도 비(非)노조원과 계약해 공사를 진행하려는 건설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공기가 빠듯한 현장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덤프트럭을 써야 하지만 이럴 경우 노조원들의 방해가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파업을 지켜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답답해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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