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장벽은 'MB식 소통법'?

  • 입력 2008년 6월 10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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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전쟁 터졌나...해외 토픽감...국제적 망신" 시민들 망연자실

경찰은 마침내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 2층 컨테이너 장벽을 쌓았다. 시위대가 청와대로 몰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 닭장차를 동원하는 것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이제 청와대로 가는 길에 아예 '철의 장벽'을 설치한 것.

경찰은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에 10만~15만 명(주최 측 추산 30만~50만 명)의 기록적인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자 이날 새벽부터 세종로에 컨테이너박스를 쌓아올려 저지선을 구축했다.

컨테이너는 세종로 길을 가로질러 16개 차로 가운데 12개 차로 위에 2층 두 줄로 쌓였고 용접해 서로 연결했다. 아스팔트에도 쇠말뚝을 박아 강철 와이어로 지지대까지 만들어 고정시켰다. 또 내부에는 지게차를 이용해 모래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밀거나 끌어당겨 쓰러뜨리거나 넘어질 수가 없도록 한 것.

오후 4시 현재 세종로 세종의 16개 차로 가운데 바깥 양쪽 방향 2개 차로씩을 뚫어놓고 차량을 소통시키고 있지만 저녁부터 집회가 시작되면 이마저도 모두 막혀버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차로를 막을 컨테이너가 양쪽 길 위에 4개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도 컨테이너를 이용한 도로 봉쇄가 "서울경찰청 경비과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집회가 시작되면 양쪽도 모두 막지 않겠느냐"며 컨테이너를 이용한 완전봉쇄가 이뤄질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컨테이너 장벽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국제적인 망신이다" "무슨 전쟁이라도 터졌나" "해외토픽감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교보빌딩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이모(55·여) 씨는 "정부가 시위대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박스까지 동원한다는 게 과연 이성적이냐"며 "이런 모습을 외국인이 촬영하면 국제적으로도 창피한 일이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42) 씨는 "막으려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심정"이라며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저항심이 생기는데 컨테이너박스 작전은 아직도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화를 냈다.

네티즌들은 컨테이너 박스를 2층 겹으로 쌓고 이를 용접해 서로 연결해 둔 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용접명박', '레고명박'이라는 새로운 별명까지 붙여줬다.

다음 아고라에서 한 네티즌은 "광화문에 콘테이너 벽이 생길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의 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발상이 참으로 한심스럽다. 청와대를 감옥으로 만들려하나. 열린 청와대를 만들어야지 어찌 닫으려고만 하나"라고 반문하며 "대통령답게 서울시청으로 가서 시민과 직접대화하면 해결책이 나오겠구만 구궁심처에서 고민해봐야 답이 있나"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대형현수막을 컨테이너 박스에 부착해 구호를 적거나, 벽그림 전문가들을 초청해 컨테이너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세종로 사거리에 이어 삼청동으로 가는 방향의 동십자각 거리에도 컨테이너가 쌓여 창덕궁 방향에서 광화문 쪽으로 오는 차량들은 조계사 앞으로 우회하고 있다. 효자동으로 연결되는 도로에도 콘테이너를 실은 트럭들이 몰려 있어 이 지역도 콘테이너 장벽이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콘테이너 장벽 때문에 이날 오전 일찍부터 세종로 일대는 극심한 차량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 특히 시청에서 경복궁 방면 도로에는 차량들이 꼬리를 물었으며 이 때문에 운전자들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던 시민들의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성하운 기자 hawoon@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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