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군홧발 의경 사법처리’ 반발 조짐

  • 입력 2008년 6월 7일 02시 57분


게시판에 자조섞인 ‘몸사리면 되고송’ 올라

“의경 구속은 자식 팔아 치부하는 꼴” 비판도

경찰청이 촛불시위 진압 과정에서 여대생 머리를 군홧발로 짓밟은 의경을 사법처리하고 지휘 책임자를 징계키로 하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 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사이버경찰청 경찰관 전용게시판에는 이동통신사의 광고음악을 개사한 ‘경비경찰 되고 송’이 6일 올라왔다.

이 글을 올린 경찰관은 “불법시위대 점점 늘어나면, 미친 척 길 터주면 되고/경비경찰이라는 게 몸만 사리다가, 제대 날짜 계산하면 되고/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가사와 함께 “우리 수뇌부도 이 가사 같은 경비경찰을 원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일반) 경찰을 대신해 시위를 막은 의경을 우리 스스로 구속시킨다면, 의경들이 경찰을 어떻게 믿고 따르겠느냐”며 “이는 자식을 팔아 치부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폭행 의경을 처벌하려면 쇠고기 협상을 잘못한 정책 결정자와 전·의경을 쉴 새 없이 동원한 경찰 수뇌부, 실정법을 어기고 시위에 나선 국민을 함께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현 상황은 시위를 하는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지, 의경의 사법처리로 풀릴 성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어느 경찰관은 “시위대가 고궁의 담장 기와를 뜯어내고 기동대 버스를 파손하는 건 보도가 되지 않는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경찰) 채증 동영상을 홍보자료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관도 “걸핏하면 경찰청장 물러나라고 하니 뉴스 보기가 싫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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