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말로만 일자리 만드는 부산시

  • 입력 2008년 5월 28일 06시 27분


부산시는 최근 16개 구군에 ‘의료급여관리사 복무관리 철저’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자를 줄입시다’라는 문구가 선명한 이 공문은 서구의 의료급여관리사 해고와 관련해 동료 관리사들이 집회에 참가하고 있으니 기관(부서)장은 복무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게 주 내용이다.

본보 4월 23일자 A18면 참조 ▶ [부산/경남]동서남북/글로벌 부산의 ‘닫힌 행정’

서구청을 뺀 15개 구군 의료급여관리사 38명은 매일 돌아가며 서구청 앞에서 1인 시위로 ‘부당해고 철회’를 외치고 있다. 집회는 27일로 34일째다. 비정규직인 이들은 반일 휴가를 내고 참여하고 있다. 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으로 빼앗겨 버린 동료의 일자리를 찾아보겠다는 일념에서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시간만 나면 ‘일자리 만들기’를 역설하고 있으나 시의 해당 부서는 ‘부당해고’로 일자리를 없애버린 서구청에 대해 시장의 역점시책과 엇박자 행태를 보여 왔다.

공문을 보낸 경위도 석연찮다. 서구청 담당자가 각 구청에 전화를 걸어 동료들의 시위 참가 여부를 조사한 뒤 시에 도움을 청했고, 시 담당자는 이 말만 믿고 부당노동행위로 비칠지 모르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

꼬투리를 잡아 보겠다는 시와 서구청의 이런 행태는 그렇다 치자.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똑같은 월급의 초보자를 뽑겠다는 서구청의 태도는 더욱 문제다. 탁상행정으로 시간과 예산을 낭비하고 있을 때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고지대 골목골목의 의료급여 수급자를 찾아 국가예산을 줄이는 데 땀을 흘리고 있다.

시 홈페이지 ‘굿모닝시장실’란에는 “시장님, 이 일에 관심 가져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있다. “시장의 한마디면 문제가 풀린다”는 서구청장의 답변과 달리 문제가 꼬여 가는 것을 보면 누가 허남식 시장의 귀와 눈을 막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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