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숲가꾸기’ 사업이 운주사 ‘천불천탑’ 산불서 구했다

  • 입력 2008년 4월 21일 06시 33분


하마터면 천년 고찰과 ‘천불천탑’을 한꺼번에 태울 뻔했던 전남 화순군 운주사 산불이 많은 교훈과 화제를 주고 있다.

하영제 산림청장은 최근 운주사 화재 현장을 방문해 “운주사 산불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화순군의 ‘숲 가꾸기’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할 것”을 당부했다.

하 청장은 “본당 건물과 석탑 석불 주변의 가시덤불 및 잡목 낙엽 등을 미리 모두 제거해 산불이 더는 번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문화 유적지 또는 주거지 주변 산림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산불 확산을 차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완준 화순군수는 “2005년 낙산사와 올해 남대문 전소 같은 뼈아픈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관내 명산과 문화재 주변을 대상으로 ‘숲 가꾸기’ 사업을 꾸준히 벌여왔는데 이번에 그 성과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화순군이 고안해 시행 중인 ‘숲 가꾸기’는 △수목 밀도 조절 △잡목 제거 △가지치기 △낙엽 솔방울 등 산림 부산물 제거 등이 주 내용.

우선 숲을 생육단계에 따라 3∼5년 단위로 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솎아베기-2, 3차 간벌 등을 통해 적정 밀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이는 빽빽한 나무로 인해 산불이 속수무책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때때로 잡목을 제거해 햇빛이 잘 들게 함으로써 토양 미생물의 활동이 원활해지고 궁극적으로 낙엽 등 부산물이 썩어 흙이 더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가지를 쳐서 나무의 생육에 도움을 주도록 했는데 이것은 지난번 산불에서 본 것처럼 불똥이 마구잡이로 튀는 것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편 거센 불길에 맞닥뜨리고도 용케 불길을 피한 운주사는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제우스’란 이름의 블로거는 ‘불심(佛心)으로 물리친 화마’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심한 불길이 탑 주변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평소 불쏘시개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제거한 것이 도움이 됐겠지만, 지극한 불심이 천불천탑을 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이날 산불 현장을 지켜보고 수십 장의 사진을 올린 다른 누리꾼은 “활활 타들어가는 산불처럼 내 마음도 타들어갔다. 운주사를 불길로부터 지켜낸 혼신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띄우기도 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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