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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7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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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포탈 법적 쟁점
조준웅 특검팀은 1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찰에 넘길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애초부터 "특검이 모두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검찰 안팎에서는 특검팀 수사결과와 관련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단락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특검팀이 차명계좌 비자금에 대한 횡령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차명 주식 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를 밝혀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는 것이 검찰의 대체적인 평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 사건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 사건 등 조세포탈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차명계좌에 대해 양도소득세 포탈 혐의를 적용한 조세포탈 사건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건희 회장에 대한 법원 판단이 마무리되면 양도소득세 포탈에 관한 새로운 법원 판례가 만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재판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차명재산이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遺産)이었다는 삼성 측의 논리를 거꾸로 뒤집어 이 회장에게 무거운 혐의를 적용했지만 삼성 측으로서는 조세포탈의 적극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법원이 삼성 측의 차명계좌 운용 과정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
현철 씨 판결문으로 확립된 조세포탈 법리를 보면 삼성 측 차명계좌처럼 여러 개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할 경우 적극적으로 소득을 숨겼다고 볼 수 있다.
또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된 341개 차명계좌들이 여러 번의 거래를 거치고도 여전히 차명계좌로 남아있는 것이라면 소득을 적극적으로 숨겼다는 특검팀의 기소 내용에 더욱 힘이 실린다.
여기에 법원 판례가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차명계좌 명의자들은 이 회장과 특수 관계에 있는 삼성 전현직 임원들로 이 회장이 소득을 숨기려 할 때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삼성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차명계좌들의 거래가 많지 않을 경우, 특히 한 번의 거래만으로 오랫동안 입출금 없이 계좌가 시세에 따라 증식되는 과정에만 있었다면 삼성 측은 적극적으로 소득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다툴 수 있다.
삼성 측은 17일 "이러한 관행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예상했던 반박논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삼성 측은 "탈세 목적이나 의도로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것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차명계좌로 주식을 보유, 운용하던 중 2000년부터 소득세법 개정으로 새롭게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바람에 그 이전까지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조세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명계좌를 처벌하는 법은 차명계좌를 만든 뒤에 생겼는데 나중에 생긴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 삼성 측은 "양도소득세 포탈 규모가 1000억 원이 넘는 거액이 된 것은 차명주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경영을 잘해서 주가가 오를수록 탈루(특검팀은 탈세로 표현) 금액이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조세포탈은 목적을 따지는 범죄는 아니지만 삼성 측으로서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방어하려던 것이지 탈세를 하려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