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아 납치기도… 경찰 사흘간 팔짱

  • 입력 2008년 3월 31일 02시 57분


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어린이가 한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방송한 SBS TV의 화면.
26일 오후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어린이가 한 남자에게 폭행당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을 방송한 SBS TV의 화면.
10세 초등생 아파트단지서 괴한에 구타당해

CCTV서 ‘흉기 위협’ 확인하고도 그냥 돌아가

늑장수사에 피해 부모가 전단지 만들어 돌려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어린이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폭행당한 뒤 납치될 뻔했으나 신고를 받은 경찰은 목격자 조사도 하지 않는 등 부실 수사로 일관해 물의를 빚고 있다.

30일 경기 일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3시 40분경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모자를 쓴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서 이 아파트에 사는 모 초등학교 3학년 A(10) 양을 끌어내려다 실패하자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했다.

40, 50대로 추정되는 이 남자의 폭행 장면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화면에 그대로 담겼다. A 양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엘리베이터 내부의 손잡이를 꼭 붙잡고 계속해 “살려 달라”고 외쳤다. A 양은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저항했으나 결국 아파트 3층에서 이 남자가 강제로 끌어냈다.


▲ 영상제공 : 일산경찰서

하지만 A 양의 외침을 들은 아래층 주민이 계단으로 올라오자 이 남자는 A 양을 놔둔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지 밖으로 빠져나갔다. 단지를 벗어나면서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지 뒤를 돌아보는 이 남자의 모습은 단지 내에 설치된 카메라에 선명하게 잡혔다.

사고 직후 A 양의 부모가 경찰에 신고해 인근 대화지구대 경찰관이 출동했으나 경찰은 A 양의 비명을 듣고 달려가 구조한 주민의 진술조차 듣지 않았다.

경찰은 출동 당시 CCTV 화면을 보고 화면상에서 흉기도 확인했지만 CCTV 화면을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지구대에서 경찰서로 사건이 넘어갔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사건 발생 다음 날 형사가 A 양 부모를 찾아와 피해 상황만 들었을 뿐 비명을 들은 주민이나 다른 목격자를 찾으려 하지 않았고, 단지 주변의 탐문수사도 하지 않았다.

A 양 부모는 경찰의 부실, 늑장 수사를 참다못해 직접 CCTV에 찍힌 용의자 얼굴이 담긴 수배 전단을 만들어 단지 주변에 붙이고 범인 검거에 나섰다.

뒤늦게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사흘이 지난) 29일 CCTV 화면을 구했다”고 밝혔으나 부실 늑장 수사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경찰은 31일 뒤늦게 일산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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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제공 : 일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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