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남자들 詩 사랑에 빠지다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중년 남자들이 시(詩)에 빠졌다.

교보문고가 최근 3년간 시집 구매자들의 연령과 성(性)을 분석한 결과 중년 남성이 여성보다 시집을 더 많이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10대의 경우 시집을 사는 남녀의 비율이 28 대 72였으나, 45세 이후 역전이 발생해 60대 이상 연령대에서는 78 대 22로 크게 바뀌었다.

특히 45세 이후 남성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시집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엮음), 정호승 시인의 ‘포옹’, 김선우 시인의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등이다. 이 시집들은 대부분 사랑을 노래하거나 삶을 뒤돌아보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내용이다.

시집 판매 추이를 보면 10대(14∼19세)의 경우 지난해 남성은 841권, 여성은 2042권을 샀다. 2005년과 2006년에도 10대 남녀의 격차는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는 남녀 차가 더욱 커져 지난해의 경우 20대 여성은 1만3421권, 남성은 5226권을 구매했다.

그러나 지난해 45∼49세 남성은 3397권을, 여성은 3232권을 구입해 역전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50∼59세의 경우 남성은 3552권, 여성은 2071권을 구매해 1000권 이상의 차를 보였다. 60세 이상 남성은 1485권을, 여성은 401권을 샀다. 2005년과 2006년도에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최근 1년간 40대 중반 이후 남성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시집은 컴필레이션(모음) 시집인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등을 비롯해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용혜원의 시’(용혜원 엮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김하 엮음) ‘시간의 부드러운 손’(김광규 지음) ‘꽃잎의 말로 편지를 쓴다’(도종환 엮음) 등이다.

이 중 ‘사랑하라…’는 앨프리드 D 수자의 시로 춤과 사랑과 노래와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간결하고 묘사하고 있다. 정호승 시인의 ‘포옹’은 신석기 시대의 부부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

교보문고 신길례 북마스터는 “매장에 있으면 연령대가 높은 남성들이 ‘한국의 명시’ 같은 책을 많이 찾는다”며 “남자들은 나이가 많을수록 시를 많이 읽는 데 반해 나이가 든 여성들은 건강 관련 도서와 같은 실용서적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한국시치료연구소의 최소영 소장은 “가장에 대한 부담, 직장 내 불안, 노화로 인한 자신감 상실 때문에 시치료연구소를 찾는 중년 남성이 늘고 있다”며 “남성들은 술자리가 많다고 해도 내적 고민은 털어놓지 못해 쌓아두는 경우가 많은데, 감성이 풍부한 시를 읽고 공감하고 성찰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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