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로스쿨 선정 개입논란 확산] ‘없는 말’ 만들었을까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윤승용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전북 익산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윤승용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익산 원광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선정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고, 이를 선거 홍보물에도 게재했다. 더욱이 이 선거 홍보물은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이 발표(1월 31일)되기 훨씬 이전에 인쇄되고,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됐다.

청와대는 윤 전 수석의 주장이 “과장된 허위사실”이라고 하지만 사안은 간단하지 않다. 윤 전 수석의 주장이 너무나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너무나 구체적인=윤 전 수석은 지난달 31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와 선거 홍보물을 통해 “청와대 로스쿨 관련 태스크포스(TF)에 들어가 법학교육위원 선정 과정에서 홍보수석 몫으로 배정된 언론계 추천 인사를 익산 출신으로 밀어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영향력을 행사한 근거로 청와대 내 ‘로스쿨 TF’를 든 것.

그러면서 그는 “원광대가 지방대 중 영남대에 이어 두 번째로 사법시험 합격생을 많이 배출했다는 점에 착안해 최근 5년간 사시 평균 합격자 수와 법대 졸업생 대비 합격자 수를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했고, 이것이 로스쿨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로스쿨 TF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로스쿨 선정 시기를 차기 정부로 미룬다면 지역 균형 발전 등의 원칙들이 물 건너 갈 게 뻔해 계획을 앞당겨 1월 말까지 마치도록 했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로스쿨이 특정 대학에 유리하도록 평가위원이 사전에 조정되고 심사기준도 짜맞춰졌다는 얘기다. 로스쿨 선정에 청와대가 깊이 개입했으며, 로스쿨 선정이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뤄졌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는 “청와대에는 로스쿨 TF가 구성된 적이 없다”고 로스쿨 TF 자체를 부인했다. 청와대가 강하게 반박하자 윤 전 수석도 4일 “청와대 내에 워낙 많은 회의체가 있어 혼동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수석비서관을 지낸 인사가 쉽사리 거짓으로 드러날 주장을 할 수 있느냐는 데 대해 의문이 적지 않다. 특히 청와대 TF, 로스쿨 선정 배점, 로스쿨 지정 대학 발표 시점 등 윤 전 수석이 주장한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다.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말했다고 보기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다.

▽읍참마속하나=정치권과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윤 전 수석 사건을 검찰 수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4일 “청와대가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깊어지고 있는데 당사자인 청와대는 부인만 하고 있다”며 “결국 검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인 김승용(경영학부) 조선대 교수는 3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개 대통령홍보특보가 교육백년대계를 개인 입지 수단으로 악용하며 만신창이로 만들 때까지 무엇을 했느냐”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윤 전 수석은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21일 사표를 제출한 뒤 노 대통령의 홍보특보로 임명됐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각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읍참마속한다는 심정으로 사건을 정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원광대, “원망스러운 윤승용”=원광대는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사시 합격자 수나 교육여건 등이 좋아 자력으로 충분히 선정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 전 수석 때문에 괜히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

최행식 원광대 법대 학장은 “윤 전 수석이 ‘원광대 로스쿨 유치에 노력하겠다’고 한 사실은 있지만 어떻게 윤 전 수석만의 힘으로 로스쿨 선정 문제가 좌지우지되겠느냐”며 “윤 전 수석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일이 이상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못마땅해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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