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영 박사의 신나는 책읽기]아빠가 읽어 주면 더 좋은 책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아이들 기억속에 ‘책 읽어주는 아빠’로 남으세요

외로운 아빠들의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아이들이 엄마만 찾고 아빠는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아빠들은 아이들이 왜, 언제부터 자기와 멀어졌는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자기는 ‘돈 버는 기계’라고 말하는 아빠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아도 대답은 엇비슷하다. 아빠와 이야기를 하려면 어딘지 어색하고 대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아빠들은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누구나 짐작하듯이 그것은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턱도 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어느 나라 아빠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아빠라고, 프랑스의 아빠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이제 바쁜 것 좀 지나가면’, ‘나중에 돈 많이 벌고서’…. 하지만 그 사이 아이가 훌쩍 커 버린 것이다. 그리고 커 버린 아이들은 아빠에게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않는다. 이것이 외로운 아빠 탄생의 세계적인 공통 스토리다.

○ 아빠가 엄마보다 잘하는 것은 책 읽어주기.

“저는 고교 체육교사입니다. 아내가 아기를 낳은 뒤 우리 가정은 변했습니다. 아내는 아기를 돌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그래서 집에 오면 저는 TV만 끼고 살았습니다. 너무나 연약한 아기를 안고 있으면 떨어뜨릴 것 같아 얼른 아내에게 맡겼어요. 내가 안으면 아기가 어찌나 우는지 불안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기를 피하다 보니 나는 완전히 외톨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내가 책을 한권 주면서 저보고 집에 오면 아기에게 읽어주라고 했습니다. 첫돌 지난 아기는 처음에는 책을 본숭만숭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읽어주니까 나중에는 제가 집에 오면 책을 가지고 무릎으로 기어 올라오는 겁니다. 아기를 꼭 품에 안고 책을 읽어 주는 기분! 처음 아빠가 되었을 때보다 더 감격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아기와 내가 어떤 단단한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을 느낍니다. 아마도 이것을 정신적 유대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정말 행복합니다.”

책 읽어 주기로 행복해진 아빠가 보내온 글이다. 그러나 이 아빠가 행복해질 일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잘하고 영리하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아빠는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책 읽어 주기로 해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실제 자녀들은 책을 읽던 아빠의 모습을 그리워한다.

“그리운 아빠의 모습과 잊고 싶은 아빠의 모습은?”

영국 소아과협회가 18∼50세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리운 아빠의 모습은 ‘책 보는 아빠’이고, 잊고 싶은 아빠의 모습은 ‘술 취한 아빠’였다. 이렇듯 책 읽는 아빠의 모습은 자녀들이 자란 뒤에도 큰 추억으로 남는다.

그러면 한국인은 저녁 먹고 난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한국독서교육개발원이 조사한 결과로는 ‘TV 시청을 한다’가 88%로 단연 1위였다. 특히 30세 이상의 성인은 90% 이상이 TV 시청을 꼽았다.

나중까지 그리운 아빠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책 읽는 아빠가 되어야 한다. 저녁 먹고 난 후 아이들이 잠들기 전 잠깐, 토요일 날 아이들과 함께 잠깐, 일요일 날 거실에서 느긋이 책 읽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오래도록 아이들에게 아름답고 그리운 아빠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 아빠가 읽어 주는 책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아빠의 책 읽어 주기 중에서 효과가 제일 큰것은 아이가 아플 때나 슬플 때 읽어 주는 것이다. 퇴근해 집에 갔을 때 아이가 감기로 누워 있거나 시험을 망쳐 슬퍼하고 있다면, 또는 친구와 싸운 일로 상심하고 있다면, 이때야말로 아빠가 책을 읽어 줄 좋은 기회다.

몸이 아프다는 것, 눈물이 난다는 것, 상심한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허약한 상태다. 허약한 사람은 누군가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어 한다. 이때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아빠의 목소리로 책의 내용을 들을 수 있다면 아이에게는 든든한 위로가 될 것이다.

아빠가 책을 들고 아이 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아이에게 굵고 안정된 목소리로 천천히 책을 읽어 준다. 아빠의 목소리는 엄마의 목소리가 줄 수 없는 안정적이고 믿음직한 그 무엇이 들어 있다. 이때 책의 내용이 ‘넌 강해’, ‘넌 훌륭해’, ‘넌 멋있어’ 등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이런 동화 활용하세요:

● 너의 가슴에 별 하나 빠뜨렸네

● 탈무드

● 용감한 꼬마 해적

● 옛이야기 명 판결

●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

● 말괄량이 삐삐그랜

● 개구리와 두꺼비

● 생각하는 사과나무

● 떡갈나무 목욕탕

● 아기장수 우투리

● 놀기 과외

● 비타민 동화

● 미덕의 책

● 어린 왕자

● 에밀과 탐정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 www.kred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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