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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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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을 때마다 좋은 소식이 있겠지 기대하지만 해가 저물고 창밖이 어둑해지면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무섭게 밀려와요. 하루하루 그렇게 죽다 살다 해요.”
식당에서 일하는 이달순(43·여) 씨는 딸 이혜진(10) 양이 실종된 다음 날부터 하루 종일 집을 떠나지 못한다. 제보 전화를 기다리는 중이다.
문밖 계단에는 포장도 뜯지 않은 케이크가 놓여 있다. 경기 안양시 M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이 실종되던 지난해 크리스마스날 밤 가족 파티를 위해 사놓았다.
이 씨는 “혜진이가 24일부터 성탄 파티 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동네 친구들 만날 때도 저 케이크를 들고 돌아다녔는데…”라며 가슴을 쳤다.
실종 초기엔 혜진 양이 갈 만한 곳을 찾아가 샅샅이 뒤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전단지 수천 장을 돌렸다.
경찰이 연인원 8600명의 병력과 헬기를 동원해 수색하고도 단서를 찾지 못하자 지금은 제보 전화에 목을 매는 상황이다.
이 씨는 “조금 전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아무 말도 없이 끊겼다”며 “경찰이 위치를 추적 중인데 제발 장난 전화가 아니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30분 정도 지나자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기된 표정으로 수화기를 들었지만 얼굴이 이내 어두워졌다. “경기 의왕시 부근 공중전화에서 정신이상자가 장난 전화를 한 것 같다”는 경찰의 말이었다.
이런 전화를 받을 때마다 이 씨는 온몸에 힘이 빠진다. “혜진이가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그렇게 졸랐는데 중학생이 되면 사준다고 한 게 한이 된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었더라면 위치 추적이라도 해봤을 텐데…”라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의 얼굴은 몇 주 만에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일 만큼 야위었다. 지난해 2월 찍은 가족사진에서 볼이 통통하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막내딸이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할까봐 잠도 못 이루고 구토가 나 음식을 거의 입에 대지 못한 탓이다.
혜진 양의 오빠와 언니를 생각하며 이 씨는 몇 번이나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이내 무너졌다.
혜진 양 오빠도 실종 이후 혜진 양이 쓰던 성경책을 들고 매일 아침 새벽기도를 나간다. 제보 전화 국번 없이 112, 031-466-7923
안양=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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