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산 2000t 실은 선박 남해 침몰 선원 14명 실종… 해양오염 우려

  • 입력 2007년 12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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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미얀마 선원 “갑자기 기울어져 바다 빠져”

사고해역 풍랑주의보… 해경, 실종자 수색 어려움

선원 15명이 탄 화학약품 운반선이 전남 여수시 해상에서 침몰해 1명이 구조되고 14명은 실종됐다. 이 배에는 질산 2000t이 실려 있어 해양 오염의 우려도 있다.

25일 오전 4시 19분경 여수시 삼산면 백도 동북쪽 13km 해상에서 인천선적 1300t급 화학약품 운반선 이스턴 브라이트호가 조난신호를 보낸 뒤 침몰했다.

사고 선박에는 선장 정춘영(54) 씨 등 한국인 12명과 미얀마 선원 3명이 타고 있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경비함정 9척과 헬기 등을 동원해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에 미얀마 선원 묘테이(29·조기장) 씨를 구조했지만 나머지 선원과 조난 선박은 찾지 못했다.

묘테이 씨는 경찰에서 “잠을 자다가 침대에서 떨어져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나왔는데 배가 왼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지면서 침몰했으며 이어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박 침몰 직전 다른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채 바다에 빠졌다”며 “침몰된 선박이 다른 선박이나 암초에 부딪치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공 : 여수 해양경찰서

사고 당시 주변 해역에는 초속 12m의 강한 바람과 3∼4m의 높은 파도가 일고 있었다.

이날 해경은 사고 해역에서 침몰된 배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폭 20m, 길이 270m의 기름띠를 발견했다.

해경은 오전부터 경비함과 헬기, 해군 초계기까지 동원해 주변 해역을 수색했지만 파도가 높아 실종 선원들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해경은 구조된 묘테이 씨 진술로 미뤄 실종 선원들이 바다에 빠졌거나 침몰한 선박에 갇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 바다의 수온은 밤에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들의 구조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촬영 : 박영철 기자

해경 관계자는 “실종자들의 생사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발견될 때까지 수색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선박은 부산지역 해운물류회사인 NHL개발㈜ 소유로 전날 오후 11시 반 전남 광양항에서 질산 2000t을 싣고 대만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NHL개발 관계자는 “배에 실린 질산은 안전장치가 달린 압력탱크에 들어 있어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일부가 밖으로 새어 나오더라도 바닷물에 희석되기 때문에 기름처럼 바다를 장기적으로 오염시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은 독성이 강한 질산이 유출될 경우에 대비해 사고 해역에서 바닷물 산성도(pH)를 측정하는 한편 벙커C유 등 선박 연료 120여 t의 유출에도 대비하고 있다.

::실종선원 명단

△선장 정춘영(54·부산 사하구) △1항해사 김해진(50·부산 부산진구) △3항해사 김광용(53·부산 부산진구) △3항해사 허경호(40·제주 서귀포시) △기관장 천대식(43·부산 금정구) △1기관사 금세진(23·강원 고성군) △3기관사 김도윤(25·부산 남구) △갑판장 서동수(53·전남) △갑판수 애민(31·미얀마) △갑판수 미얏투(34·미얀마) △갑판수 이덕구(46·부산 강서구) △조기장 곽병학(52·부산 사하구) △조리장 예흥락(53·부산 금정구) △실기사 임종철(18·경기 남양주시)

여수=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촬영 : 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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