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산 수산물 값 뚝뚝…어민들 “어떻게 살라고…”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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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완전히 망가졌어요. 앞으로 우린 어떻게 삽니까?”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2리에서 만난 한 어민은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주민 대부분이 굴, 바지락 양식을 하는 의항2리에서는 사고 전까지 하루 평균 1000∼1200kg을 생산했는데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제품 출하가 사실상 중단됐다.

구본춘 소원면 모항리 어촌계장은 “5년 만에 ‘꽃게 풍년’이라고 할 만큼 올해 꽃게의 양과 질이 우수해 한 배당 하루 평균 500만 원을 벌었다”며 “이번 기회에 빚 좀 줄여 보자는 계획을 세웠던 어민들이 모두 허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띠가 퍼지지 않은 먼 바다에서 잡은 수산물들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고 전까지 이 지역에서 잡힌 아귀의 가격은 한 짝당 평균 3만 원이었으나 사고 이후 2만5000원으로 떨어졌다. 고둥도 사고 전 kg당 3200원에서 12일 2700원으로 하락했다.

김부국 안흥판매사업소 경매사는 “예년 같으면 12월에는 수산물 값이 떨어지지 않는 게 정상인데 사고 이후부터 단지 서해안이라는 이유로 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일부 어선들은 물고기를 잡은 뒤 ‘태안군’ 혹은 ‘서산시’란 이름표를 떼기 위해 피해가 없는 다른 지역 항구로 가 수산물을 처분한 뒤 태안으로 돌아오고 있다.

산지에서는 이렇게 값이 떨어지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로 값이 오르고 있다. 서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 따르면 태안산 깐 굴의 경매 낙찰가는 6일 상자당 4615원이었으나 12일에는 8000원으로 올랐다. 태안산 바지락도 6일에는 낙찰가가 상자당 2083원이었으나 12일에는 2167원으로 상승했다.

태안=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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