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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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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열 가로지르는 ‘통합형’ 문제에 대비하라
이화여대 논술에는 인문계든 자연계든 모두 풀어야 하는 ‘계열 공통 문제’가 있다. 이번 수시 2-1 논술시험에서는 전체 7문항 중 절반에 가까운 3문항(1∼3번 문제)을 공통으로 출제했다. 공통 문항은 모두 인문·사회 관련 논술 문제. 자연계 수험생도 인문계처럼 글쓰기를 집중 연습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인문계 논술에는 또 수리논술 성격의 문제가 2문항(4, 5번 문제) 출제됐다. 통계학 및 수학 지식이 필요한 문제였다. 이들 문제는 수식을 사용해 풀 수도 있고, 글로 길게 써서 설명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논리적이어야 한다. 계열을 오가는 통합형 문제가 출제된 것에 대해 조 위원장은 “인문계든 자연계든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소양을 갖췄는지 측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문계 논술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왔다. 하나는 ‘제시문 A와 B의 내용을 대조하여 설명하시오’였고, 또 다른 하나는 ‘제시문 A의 내용을 활용하여 제시문 B를 분석 비판하시오’였다.
자연계 논술은 별도 제시문 없이 지폐, 식중독균, 지형도처럼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재를 던져준 뒤 이를 수학·과학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문제였다.
이화여대는 국어나 국사처럼 국정교과서가 아닌 교과서에서는 직접 제시문을 뽑아내지 않는다. 출판사가 다른 여러 종류의 교과서 가운데 특정 교과서에서만 제시문을 낸다면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위원장은 “제시문은 동서고금의 것을 고루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균형을 맞춘 문제를 내야 수험생들로 하여금 책을 고루 읽는 습관을 갖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시 2-1 논술에서는 시와 건축에 관한 글이 제시문으로 주어지기도 했다.
○ 지식 과시는 금물!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라
이화여대가 잘 쓴 답안과 못 쓴 답안을 가르는 기준은 이렇다. ‘제시문과 문제를 얼마나 충실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실제 출제 사례를 보자. 다문화 사회에 관한 두 개의 제시문을 먼저 준다. 그리고 ‘두 제시문을 대조해서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수험생들은 두 제시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먼저 찾고, ‘제시문에는 몇 개의 논점이 있고 두 제시문은 서로 어떻게 같고 어떻게 다르다’는 식으로 제시문 내용을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이 두 제시문의 내용을 따로 요약하는 선에서 끝내는 실수를 범했다. 이런 답안은 제시문과 문제를 모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므로 크게 감점된다.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제시문과 관련이 없는 예를 쓰는 것도 감점 대상이다. 조 위원장은 “제시문에 없는 지식을 열거하는 게 창의성이라고 오해하는 학생들이 있다. 주제와 무관한 생뚱맞은 예를 든다면 오히려 감점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고유의 문화를 가진 소수집단’의 예로 이슬람 무장 단체인 ‘탈레반’을 들어서 감점을 받았다.
‘튀는’ 예를 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제시문과 논제를 정확하게 이해해 문제가 요구하는 내용에 맞는 논리적인 답안을 쓰는 것이 이화여대 논술에서 고득점을 하는 비결이다. 채점하는 교수들이 공유하고 있는 예상 답안을 뛰어넘을 정도로 탁월한 창의성을 가진 답안을 내는 학생은 100명 중 1, 2명에 불과하다. 결국 창의성에 신경 쓰기 전에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위원장은 “‘∼의 사례를 활용해서’ ‘∼의 관점에서’처럼 문제가 내거는 조건에 익숙해지도록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미리 접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주어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해 논점을 이탈하지만 않아도 논술의 절반은 해낸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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