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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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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라고 한것만 쓰고
쓰라고 한건 꼭 쓰자
논술을 처음 하는 학생들은 논제 이탈의 오류를 많이 범합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제시문을 엉뚱하게 읽어 주제를 잘못 파악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논제를 잘못 읽기 때문입니다. 제시문은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잘못 읽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논제는 경우가 다릅니다. 논제의 물음은 짧습니다. 보통은 두 문장이고, 드물게 세 문장인 경우가 있습니다. 어려운 말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류가 많이 생깁니다.
논제 이탈을 하지 않으려면 최소한 두 가지는 지켜야 합니다. 첫째, 논제에서 쓰라고 한 것만 써야 합니다. 둘째, 논제에서 쓰라고 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써야 합니다. 너무 뻔한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쓰라고 하지 않은 것을 쓰기도 하고, 거꾸로 쓰라고 한 것을 누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2007학년도 고려대 자료집을 보면, 모의고사에 응시한 학생의 90% 이상이 논제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얘기가 나와 있습니다.
논제의 물음을 읽을 때는 정확히 읽는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왜곡되는 경우도 있지요. 논제에서는 분명히 ‘한국사회’에 대해 쓰라고 했고 읽을 때도 그렇게 읽었는데, 쓸 때는 ‘현대사회’에 대해 쓰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한국사회’란 일본사회, 미국사회, 아프리카사회와 다른 그 무엇이고, ‘현대사회’란 농업사회, 산업사회, 정보사회와 구분해서 논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 대해 써야 하는 것인지, ‘현대사회’에 대해 써야 하는 것인지 정확히 구분해야 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논제에서 무엇에 대해 논증하되, 이러저러한 조건으로 하라고 제시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논증 조건도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가령, 예시를 들라고 했으면 예시를 들어야 하고, ‘근거하여’라고 했으면 또 그것대로, ‘참고하여’ 혹은 ‘비교하여’라고 했으면 그것대로 반영해야 합니다. ‘근거’, ‘참고’, ‘비교’는 각기 다른 것이지요.
결국 논제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논점과 조건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논증의 대상, 즉 논점이 무엇이고, 그 논점을 논증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조건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되었을 때 비로소 논제의 물음을 정확히 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논제의 물음을 정확히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이 두 가지만 정확히 파악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논제의 물음 열 개 정도를 몽땅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논제의 요구에 더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윤형민 스카이에듀 논술원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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