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우리동네 작은 외국]<8·끝>한남동 외국인마을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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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낮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슈퍼마켓에서 외국인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유학을 앞두고 영어 체험학습에 나선 한국 어린이들도 눈에 띈다. 이훈구  기자
21일 낮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슈퍼마켓에서 외국인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유학을 앞두고 영어 체험학습에 나선 한국 어린이들도 눈에 띈다. 이훈구 기자
외국공관 20여곳… ‘OECD 축소판’

21일 낮 한남대교를 건너 남산으로 향하는 한남로.

단국대를 지나면 길 오른편 곳곳에 몇 명씩 모여 경비 서는 경찰이 눈길을 끈다. 한남동 일대 20여 곳의 외국 대사관과 대사관저,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지키는 경찰들이다.

스페인대사관 쪽으로 올라가면 유럽풍의 고급 단독주택과 빌라가 이어진다.

단국대와 유엔빌리지 사이에 있는 음식점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가 쓰인다. 한남동에 사는 외국인은 2200여 명. 대부분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온 사람들이다.

경기 용인시로 옮긴 단국대 터에 고급 주거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외교가-유럽풍-고급주택’이라는 이 동네의 특징은 더욱 또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본토 요리재료 풍성

스페인대사관 아래쪽 볼보빌딩 지하 1층 한남슈퍼마켓.

입구 게시판에는 영어로 쓴 쪽지가 빽빽이 붙어 있다. 이 지역 외국인들이 물건을 바꿔 쓰기 위해 붙여 놓은 물물교환 정보, 일자리를 구하는 필리핀인 가정부의 메모 등이다.

1960년 문을 연 이 슈퍼마켓에는 유럽에서 수입된 식료품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이 북적거렸다.

외국인과 한국인 고객이 많이 찾는 것은 다양한 파스타 면과 치즈, 향신료 등 150여 가지 상품. 로즈메리 바질 타임 오레가노 등 유럽 사람들이 즐기는 야채나 허브도 이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20여 종의 피클, 50여 종의 치즈, 올리브유, 각종 소스, 탄산수 등도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수입된 것이다.

이 슈퍼마켓의 장재철 사장은 “한국인 중에서는 요리를 배우는 사람들이 유럽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소개했다.

○ 단독주택 인기, 빌라는 공급 넘쳐

단국대 주변과 유엔빌리지에는 외국인과 한국 부유층이 섞여 산다.

이 지역의 빌라와 단독주택들은 주로 월세로 임대된다.

외환위기로 떠났던 외국인들이 2000년경 경기 회복과 함께 다시 몰리면서 최고급 빌라나 타운하우스(정원을 갖춘 저층 공동주택)의 월세가 한때 2000만 원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빌라는 공급이 넘쳐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 반면 단독주택은 수요가 많아 구하기 어렵다. 165∼198m²(50∼60평) 규모 빌라의 월 임대료는 450만∼750만 원 선. 260∼330m²(80∼100평) 규모 신축 빌라는 월세 800만∼1300만 원에 임대된다. 정원을 갖춘 대지 400m²(지상 2층)의 단독주택의 월세는 900만∼1300만 원 선.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국적에 따라 선호하는 집이 다르다.

반도부동산 이택동 사장은 “미국인은 낡아도 큼직한 집을, 유럽인은 밝고 현대적 분위기의 집을 선호한다”면서 “가장 까다로운 인도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차분한 색상에 볕이 잘 드는 집을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업무 특성상 집에서 파티를 자주 하는 외교관이 많아 넓은 거실을 선호하는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의 특징이다.

○유럽인 입맛에 맞춘 다국적 음식점 다수

단국대 남쪽에는 유럽인의 입맛에 맞춘 음식점이 적지 않다.

주상복합인 리첸시아 1층의 독일식 빵집 ‘악소’는 모든 메뉴가 독일어로 돼 있다.

이곳에서 파는 빵은 ‘식사용’이어서 설탕 등이 들어 있지 않아 담백하다.

바로 옆 ‘JMC 마이스터 커피’에서는 일본식 ‘드립커피’를 맛볼 수 있다.

유럽인의 입맛에 맞춘 중국 음식점 ‘웨스턴차이나’와 인도 요리 전문점 ‘차카라’도 단골 고객이 많다. 유엔빌리지 입구 ‘뉴욕스테이크’의 풀코스 메뉴는 2만 원 정도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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