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밑에서’

  • 입력 2007년 10월 8일 03시 00분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토끼를 좋아하고, 낚시하기를 즐겼으며, 자연 속에 파묻혀서 뒹구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하루 종일 강물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물고기가 잡히기만을 기다려도 지루해하지 않고 오히려 즐길 줄 알았던, 여유로운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은 그가 태어나서 자란 작은 마을에서 유명인사였습니다. 왜냐고요? 그는 아주 총명했으며 공부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거든요. 그의 아버지와 마을 사람 누구도 소년이 똑똑하고 영리하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고, 소년이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신학교에 훌륭한 성적으로 입학할 것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과연 소년은 여러 사람의 기대에 맞춰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요?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는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작품입니다.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한스 기벤라트이구요. 한스는 헤르만 헤세의 분신이기도 하면서 여러분의 분신이기도 할 겁니다. 아픈 청소년기를 보냈던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기에 그럴 것이며, 힘든 공부에 시달리는 여러분이기에 그럴 것입니다. 자, 그럼 여러분의 분신 한스 기벤라트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신학교. 이곳에는 정말 내로라하는 수재들만 모입니다. 각 고장에서 뛰어나다고 인정받은 아이들이 모여 시험을 치르고, 그중에서도 뛰어난 학생들만이 선택되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러니까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그야말로 천재 아니면 영재임에는 틀림없을 겁니다. 우리의 한스 기벤라트는 전체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보무도 당당히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여느 학교가 그렇듯, 이 신학교도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엄격한 규율에 맞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받아야 했습니다. 잘 짜인 일과는 학생들이 공부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지요. 한스 기벤라트는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럭저럭 적응해 나갔습니다. 친한 친구도 한 명 사귀었지요. 친구의 이름은 헤르만 하일러라고 하는데, 그는 작문에 능하고 규율에 매이지 않는, 매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한스는 하일러와 다소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하지만 이내 우정을 회복하고,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 매김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학교는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한 시기를 보내는 동안 한 명의 친구가 물에 빠져 죽었고, 학교의 규율을 규율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하일러는 퇴학을 당합니다. 한스는 하일러와 친했다는 이유만으로 선생님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노골적인 핀잔까지 듣습니다. 한스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의 방황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성적은 점점 떨어지고 수업을 받던 도중 선생의 꾸지람을 연속해서 듣게 되자 소리를 지르며 울부짖는 지경에까지 이르지요. 한스는 수레바퀴 밑의 달팽이처럼 촉수를 웅크린 채 불안에 떠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겁니다.

이제 한스는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여러분은 한스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갔을 것 같나요? 한스는 여러분의 분신입니다. 그가 어떤 선택을 했든 그것은 여러분의 미래일 수도 있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어떤 미래, 어떤 풍경이었으면 좋을까요?

청소년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른이 된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때는 다 그런 거야. 조금만 참고 견뎌 봐. 그리고 학생 때는 그저 공부가 최고야.”

그런데 정말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하는 ‘그때’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요? 청소년기는 불안한 시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아슬아슬한 시기이지요. 부모님들도 가장 조바심을 낼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시기이지요.

청소년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요?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지금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요? 수레바퀴는 여전히 굴러 가고 있습니다.

이승은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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