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배 스님 “3, 4월쯤 변씨 만나 도와달라 요청”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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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덕사 주변 양등교울산 울주군 흥덕사 주변에 있는 양등교. 이 다리는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의 부탁을 받고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행정자치부에 지시해 지급된 특별교부금으로 다시 지어질 예정이다. 영배 스님은 특별교부금이 다리를 짓는 데 쓰이게 되자 그 대신 흥덕사를 위해 군비를 지원해 달라고 울주군에 요청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흥덕사 주변 양등교
울산 울주군 흥덕사 주변에 있는 양등교. 이 다리는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의 부탁을 받고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행정자치부에 지시해 지급된 특별교부금으로 다시 지어질 예정이다. 영배 스님은 특별교부금이 다리를 짓는 데 쓰이게 되자 그 대신 흥덕사를 위해 군비를 지원해 달라고 울주군에 요청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흥덕사 지원 사전상의 시인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사진) 스님이 세운 울산 울주군 흥덕사에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영배 스님의 ‘로비 행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일 울주군 관계자에 따르면 영배 스님은 4월 중순 엄창섭(수뢰혐의로 수감 중) 군수를 만나 ‘흥덕사 정비사업을 위해 특별교부금을 신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은 행정자치부가 울주군에 특별교부금을 신청하라고 통보한 것이 5월 초. 영배 스님은 행자부가 울주군에 연락하기 전에 특별교부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셈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와서 생각하니 변 전 실장의 ‘지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울주군은 행자부가 재차 신청을 종용하자 흥덕사에서 주변 다리를 다시 짓는 비용으로 5월 23일 10억 원을 받았다. 직후 엄 군수는 흥덕사를 방문했다.

영배 스님은 이 자리에서 “흥덕사 불교문화사업(미술관)을 위해 군비 10억 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별교부금을 확보해 줬으니 그만큼 군비를 내라는 주문이었다.

영배 스님의 계속된 로비에 울주군은 6월 초부터 흥덕사에 공무원을 보내 미술관 건립을 검토했으나 신정아 게이트가 터지면서 계획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이날 영배 스님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3, 4월쯤 내가 전화해 변 전 실장을 만나 (흥덕사 건을) 도와달라고 했다. 며칠 뒤 변 전 실장이 전화해 ‘5억 원에서 10억 원 정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해 특별교부금 문제를 사전에 상의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지원된 돈 중 일부가 신정아 씨에게 갔다는 의혹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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