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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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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종교적 사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병역 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내년까지 병역법 등을 고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이르면 2009년부터 집총(執銃) 거부자들은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사회봉사 형식의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2002년 박시환(현 대법관) 당시 남부지법 판사가 병역법의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조항의 타당성을 묻는 ‘위헌법률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지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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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이 확정되기까지는 아직까지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우선 병역법 등 관련법의 개정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체복무는 어렵고 힘든 곳에서=대체복무제도의 적용 대상은 종교적 사유 등으로 입대 전에 복무를 거부하거나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사람이다. 군 복무 중 병역 거부는 허용되지 않는다.
복무 분야는 현재 일반 사회복무자가 배치된 곳 가운데 전염성 감염이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 같은 ‘기피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방부는 대상 기관으로 전남 소록도의 한센병원, 경남 마산시의 결핵병원, 각 시도의 정신병원 등 9개 특수병원과 전국 200개 국공립 노인전문 요양시설을 예시했다.
대체복무자들은 출퇴근 없이 해당 복무시설에서 합숙 근무하며 3년의 대체복무 기간이 끝나면 예비군 편성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신 예비군 훈련시간에 상응하는 사회봉사 의무가 부여된다.
▽왜 대체복무 허용했나=전과자 양산을 막고 특정 종교를 믿는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정부는 설명한다.
2002∼2006년 5년간 병역거부자는 3761명으로 연평균 752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특정 종교를 믿었고 94.8%에 해당하는 3565명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사회복무제도 중 하나의 복무 분야로 대체복무를 허용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체복무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던 국방부가 방침을 바꾼 것은 졸속이거나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엇갈리는 반응=재향군인회는 “정부의 대체복무 허용 결정은 국민개병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 사안으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수많은 국군 장병과의 불평등을 초래하는 졸속 결정”이라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교회언론회도 “종교적 신념으로 군대에 가지 않는 예외 규정을 허용한다면 그 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현재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앞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쳐 군의 전력이 약화될 것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집총 거부를 이유로 법적 사회적 처벌을 받아 온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기로 한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정의평화위원회는 “정부가 종교적 사유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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