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동지가 ‘사랑하는 정아’라 쓰나”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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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신 관계’ 수위 공방

‘예술적 동지’ vs ‘사랑하는 정아에게’

16일 귀국한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관계를 둘러싸고 신 씨 측과 검찰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이 입수한 변 전 실장과 신 씨의 e메일 내용을 둘러싸고 신 씨 측은 17일 “미술 작품을 얘기했다”고 검찰의 ‘부적절한 관계’론을 반박했지만 검찰 측은 “신뢰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신 씨 측 관계자는 이날 본보 기자에게 “검찰이 압수수색한 e메일에 대해 ‘연인 사이에서 주고받을 법한 내용’이라고 밝힌 것은 다름 아닌 ‘사랑하는 후배에게’란 표현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물로 확보한 수백 통의 e메일에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사랑하는 후배’란 호칭을 여러 차례 사용했기 때문에 검찰이 둘 사이의 관계를 오해했을 뿐이며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신 씨와 변 전 실장이 작가 한 사람 또는 작품 하나를 놓고도 e메일을 수십 통 주고받았다”며 “신 씨가 변 전 실장에게 예술적 동지애를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신 씨가 변 전 실장을 ‘예술적 동지’라고 한 것을 언급하며 “변 전 실장이 신 씨를 ‘사랑하는 후배’로 부른 것은 신 씨가 변 전 실장을 ‘동지’로 생각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에 취임한 직후인 2005년 2월 24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를 예술의 전당에서 열 정도로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는 게 변 전 실장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신 씨의 집에서 입수한 컴퓨터에서 변 전 실장이 보낸 e메일 등을 열어본 검찰 측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입수한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보낸 일부 e메일의 제목은 ‘사랑하는 정아에게’로 돼 있었다고 한다. 신 씨 측이 주장하는 ‘사랑하는 후배에게’와 비슷하지만 어감은 크게 차이가 나는 표현이다.

검찰이 입수한 e메일 내용엔 예술적 화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고 검찰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검찰이 확보한 e메일 내용엔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오늘 저녁에 만날까’ ‘너희 집에서 치킨 시켜먹을까’라는 식으로 예술과는 거리가 먼 가벼운 얘기들이 많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확인한 범위 내에서 e메일 내용 중 예술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며 “신 씨 측이 변 전 실장에 대해 ‘예술적 동지’ 운운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 씨 측은 변 전 실장과 신 씨가 ‘예술적 동지’로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을 뿐 ‘뒤’를 봐줄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이 ‘연인’ 관계로 동국대 교수 임용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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