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제 ‘양날의 칼’…하남주민 투표허용 판결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님비(지역이기주의) 관철용이다.” vs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수 제도다.”

20일 법원이 경기 하남시의 주민소환 투표를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자 지방자치단체와 소환추진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소환을 추진 중인 주민들은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화장장 유치 놓고 갈등=주민소환을 둘러싼 하남시의 갈등은 김황식 시장이 지난해 10월 광역화장장 유치를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김 시장은 화장장을 유치하는 대가로 경기도 지원금 2000억 원을 받아 지하철 5호선 연장 등 지역개발사업에 쓰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러자 화장장 유치에 반대하는 주민들 때문에 3월과 6월로 예정됐던 주민설명회는 무산됐다. 올 3월에는 시장 관사 앞에서 시장과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져 폭행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시장은 6월 화장장 후보지로 상산곡동 일대를 최종 확정했다. 이에 반대 주민들은 혈서, 삭발, 화형식 등으로 강하게 반발하며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갔다.

주민소환법이 시행된 이달 들어 단체장 소환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전국에서 줄잡아 10여 곳에 이른다. 하남시뿐 아니라 서울 강북구, 경남 합천군, 전남 해남군, 여수시 등에서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있다.

▽“제도 보완 필요”=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주민소환제도가 지자체장의 소신 행정을 가로막을 수 있고, 소수의 이익집단이 행정을 뒤흔들 여지를 준다”고 우려했다. 하남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야기한 화장장 건설은 수도권 전체를 위한 국책사업”이라며 “주민소환제 탓에 주민 눈치만 보면 국책사업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주민소환 투표가 합리적 결과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창호 소장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사람은 투표장에 가지 않고, 이익이 걸린 사람은 적극적으로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최봉석(행정학) 교수는 “화장장처럼 지자체에 부담스러운 사업에 대해서는 중앙 정부가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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