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4세대의 그늘]불안해서 불만? 조직속에서 먼저 웃어봐

  • 입력 2007년 7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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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들이 극복해야 한다.” 하류 의식에 휩싸인 한국의 젊은 세대를 향한 전문가들의 고언(苦言)이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사회로 진출한 세대들의 ‘자포자기’ 성향을 상당 부분 이해했다.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사회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970, 80년대 한국 경제는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계층 상승의 문도 그만큼 넓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점차 동력을 상실하면서 학력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고학력=고임금’의 구조가 깨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면 안정되고 성공한 삶을 보장해 준다는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자연스럽게 불안은 불만으로, 불만은 포기로 이어졌다.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학번 세대들은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 자기표현이 매우 강하다”며 “그러나 이들 세대는 막상 직장에 들어가면 자신의 존재감을 거의 찾을 수 없어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상당수 젊은 세대가 조직 문화에 철저히 순응하거나 아니면 튕겨 나와 또다시 대학 사회를 맴도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어떤 경우든 사회적 성취감이 없는 자포자기의 심정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과거에 비해 개인의 사회 경제적 배경이 중시되는 경향도 젊은 세대들의 좌절감을 키우는 한 요소가 되고 있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의 성공을 도와주는 방식에는 교육을 통한 간접 전수와 부모 세대의 지위를 그대로 물려주는 직접 전수가 있다”며 “간접 전수로 성공에 이르는 경우가 줄어들면서 젊은 세대가 쉽게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가 사회 제도나 가정 배경만을 탓하며 도전의식조차 갖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 나약함이 더 큰 원인이라는 질타의 목소리도 높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풍요로운 환경과 개인주의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어차피 해도 안 될 것’이란 생각으로 조직 문화를 처음부터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조직 문화에는 다소 권위적이고 비민주적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강력한 조직 문화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 신화를 이룬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근로자가 경제의 중추 노동력을 형성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들이 하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20∼30년 뒤 한국 사회는 엄청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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