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아이 독서지도]“독서”“독서”강요 ‘독’ 될 수도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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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가 돌이에요. 언제부터 독서지도를 시작해야 할까요.”

“유치원에서 독후감 발표 시간이 있는데 아이가 방법을 전혀 모르더라고요. 책을 열심히 읽기는 했는데 조리 있게 말할 줄 몰라요. 책의 줄거리나 배울 점을 설명하는 방법이 서툴러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독서지도에 대해 고민하는 엄마가 많다. 고민하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물론 이제 세상에 태어난 지 1, 2년밖에 안 된 아기를 둔 부모까지 독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여름방학이 가까워지면서 “우리 아이는 방학 동안 책 30권을 뗄 예정”이라고 얘기하는 부모도 많다.

어린 아이들 사이에서 독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대입 논술 때문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도 어떤 책을 읽었는지 구체적으로 적게 된다.

논술이 필요하고, 책을 많이 본 사람이 논술을 잘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부모가 자녀의 독서 습관을 길러 주고, 어떤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계속 살펴보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특정 이유 때문에 내몰리는 듯하는 독서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근본적인 독서 동기를 유발할 수 없다. 특히 책에 취미를 붙여 가는 시기인 초등학교 때는 더욱 그렇다.

어느 분야에서든 선행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독서도 미리미리 해야 한다’는 부모의 강박관념은 아이들로 하여금 책을 펴게끔 만들지만 대다수 아이들은 아마 금방 책을 덮어 버릴 것이다. 논술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시기에 책 읽기를 아무리 강요해 봤자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는 아이가 자유롭게 책을 읽도록 풀어 주자.

부모는 아이에게 특정 권장도서를 읽으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책을 읽는지 옆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섣불리 아이에게 책 읽은 느낌을 얘기해 보라고 다그치지 말고 일단 기다려 보자. 그러면 아이는 부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게 될 것이다.

또 아이가 혼자 힘으로 독서노트를 꾸밀 수 있도록 해 주자. 독서를 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적어 보는 습관은 매우 중요하다. 독서노트는 공책보다는 개인 홈페이지나 컴퓨터 블로그 등에 꾸미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책을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독서노트를 만들고 독후감을 발표하는 것 같은 부수 활동이 더 중요해지면 아이들은 자유롭게 책을 보지 못 한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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