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입 통제 ‘교육 독재’하며 대학경쟁력 강화한다?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50% 반영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고 어제 거듭 밝혔다.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이를 어기는 대학을 처벌할 방침임을 분명히 하면서 서울대의 내신 1, 2등급 만점 처리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주 말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가 건의한 내신 반영률의 단계적 확대를 조건부로 수용한다고 했지만 교육부와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허용하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주요 사립대학들과 입학처장협의회는 “교육부가 대입 전형의 모든 것을 통제하겠다는 말이냐”는 등의 반발과 비판을 하고 나섰다. 더구나 예년엔 10, 11월에 발표했던 각 대학 입시안을 8월 20일까지 발표하라는 지시는 정부가 정시모집은 물론이고 다소 대학 자율성이 허용됐던 수시모집에까지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교육부와 대학들 간의 ‘내신 충돌’은 노무현 대통령이 “내신 무력화는 고교 등급제로 가는 길”이라며 주요 사립대학의 내신 등급 자율 적용 움직임에 범정부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하면서 촉발됐다.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 간 학력 격차를 인정하지 않은 채 무조건 내신 9등급을 고수하라는 것은 ‘교육 독재’나 다름없다. 자율성을 찾으려는 대학들에 밀리기 시작하면 정권 말기 권력 누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초조감에서 청와대가 60만 수험생을 볼모로 ‘내신 전쟁’을 독려하는 형국이다.

멕시코는 1994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고도 우수 인재 부족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해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다. 우리도 같은 실패를 하지 않으려면 우수 인재 양성이 필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월 한국의 대학교육에 관한 보고서에서 “사립대가 대부분인데도 정부 규제가 너무 많다”며 대학에 자율성을 주되 대학교육의 ‘품질’을 공개해 경쟁력을 높이라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은 오늘 대학총장들과 대학경쟁력 강화 방안을 토론한다지만 결국 3불(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 금지) 정책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학들에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며 내신 반영률부터 논술시험 제시문항까지 간섭하는 나라에서 대학경쟁력 강화는 헛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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