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성추행 ‘인면수심’ 40대, 영장판사 부재로 또 풀려날 뻔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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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40대 이웃 남성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풀려난 뒤 10여 일 사이에 또다시 3건의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A(7) 양의 어머니 B 씨는 지난달 31일 평소처럼 밤새워 일을 하고 새벽에 집에 돌아왔다가 문 바깥에 잠가 놓은 자물쇠가 부서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혼자 집에 있었던 딸아이가 털어놓는 얘기에 B 씨는 말문이 막혔다.

이웃에 사는 신모(43) 씨가 전날 밤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와 흉기로 위협하면서 A 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강제로 추행했고 A 양의 몸에 전치 2주의 상처까지 입힌 것.

B 씨의 신고로 신 씨는 경찰에 붙잡혔고, 이전에도 밤에 A 양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간 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1일 신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다음 날 “범행을 일부 부인하고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당연히 구속될 줄 알았던 신 씨가 동네를 활보하자 B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딸이 걱정돼 야간 일도 그만둬야 했다.

B 씨는 12일 신 씨를 구속해 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를 냈다.

그 사이 B 씨가 걱정했던 일은 현실로 나타났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 것. 신 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C(12) 양 등 3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다시 14일 붙잡혔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3부(부장 최운식)는 16일 신 씨의 범죄 사실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해 신 씨를 강제로 출석시킨 뒤 심사를 하던 도중 “재청구 영장은 부장판사가 심사해야 한다”는 내규에 따라 심사를 중단한 것.

문제는 안산지원의 부장판사 2명이 휴가와 출장으로 ‘부재 중’이어서 심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찰이 어쩔 수 없이 신 씨를 석방하려 하자 검찰은 “판사들의 직무유기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반발해 결국 이날 오후 늦게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앞서 2일 기각됐던 신 씨의 구속영장에는 ‘발부’란에 판사의 도장이 찍혀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표가 그어지고 대신 ‘기각’란에 도장이 찍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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