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아기 낳았다고요? 금줄 선물이오”

  • 입력 2007년 5월 17일 0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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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정성스레 새끼를 꼬아 금줄을 내걸었다. 남자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금줄 사이사이에 생솔가지와 숯, 고추를 끼웠고, 여자 아이일 경우에는 생솔가지와 숯, 종이를 끼웠다.

금줄은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아직 질병에 대한 면역이 생기지 않은 아기에게 혹시라도 병균이 옮는 것을 막기 위한 지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요즘엔 공동주택 생활이 일반화되고 집에서 아기를 낳는 일이 드물어 금줄을 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충북 음성군의 한 공무원이 지역 특산품인 ‘음성청결고추’를 알릴 겸 ‘금줄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음성군 농업기술센터 한근수(48·사진) 경영축산팀장.

한 씨는 요즘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금줄을 만들어 이를 희망하는 전국의 출산가정에 보내 주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청주시에 사는 한 후배의 출산 소식에 금줄을 만들어 선물했다가 이를 받고 기뻐하는 후배 가족의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금줄 보내기에 나섰다.

19일 열린 ‘음성 품바축제’에서도 그는 금줄 10개를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사은품으로 전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많은 사람이 ‘더 없냐’며 한 씨에게 부탁을 했다. 소문이 나면서 충남 천안시, 경기 남양주시, 대전 등에서 금줄을 보내 달라는 전화가 이어졌다.

한 씨가 만들어 보내 주는 금줄은 완성품이 아니다. 금줄은 부모가 직접 만드는 게 의미가 있기 때문. 그는 1m가량(아파트용, 주택용은 4, 5m)의 새끼줄과 소나무 가지, 숯, 말린 음성청결고추 등을 봉투에 담아 택배로 보내 준다.

한 씨는 “지역 특산품도 홍보하고 전통도 지켜갈 수 있도록 희망하는 분들에게 모두 보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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