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자식 사랑’, 김승연 회장 경찰 출석

  • 입력 2007년 4월 28일 11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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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폭행' 김승연 회장 남대문서 출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29일 오후 3시57분께 `보복폭행'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진출석했다. 대기업 총수가 폭력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로 지목받아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회장은 "개인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합니다. 직접 폭행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청계산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경찰 수사에 협조해서 사실관계 밝히겠습니다"라고덧붙였다.

경찰은 조사결과에 따라 일반 범죄에 준해 사법처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피해자들 주장처럼 납치, 감금 혐의가 인정될 경우 구속영장 신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전날 오전 11시, 오후 4시 두 차례에 걸친 경찰 출석요구에 건강상의이유 등을 들어 불응했으나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는 경찰의

강경책에 출석키로 통보했다.

윤곽 드러나는 김 회장 보복폭행 전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아들이 강남 술집에서 폭행당하자 김 회장이 보복 폭행을 했다는 의혹이 수사 과정에서 속속 사실로 확인되면서 사건의 윤곽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폭행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그룹 차원에서 나서 `폭행은 전혀 없다'고 발뺌했던

한화는 회장의 혐의가 하나씩 사실로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회장이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청계산 폭행은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꿔 거짓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는 `청계산 폭행' 현장 확인 등 지금까지의 경찰수사 결과와 피해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지난 8일 발생한 김 회장 측의 보복 폭행 사건을 재구성했다.

◇ 김 회장 처음부터 `출동' = 3월 8일 새벽 5∼6시께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Y씨 등 서울 북창동 S클럽 종업원 대여섯명과 김 회장의 둘째 아들이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싸움을 벌였다. 김 회장의 아들은 이 과정에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눈 주변을 10여 바늘 꿰매는 상처를 입고 귀가했다.

아들이 다친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 측은 이날 초저녁 Y씨 등에게 직접 사과를받아야 한다며 아들, 비서실 직원, 수행원, 사택 경비원 등 최소 16명을 데리고 청담동 G가라오케로 향했다.

이들은 Y씨 일행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G가라오케 종업원들을 다그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7일 경찰에 출두해 조사받은 한화 경호담당 임모 부장 등 관계자 2명은

청담동에서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일부 인정했고 이 자리에 김 회장이 있었다고시인했다.

"김 회장은 모든 상황이 수습된 뒤 북창동 술집만 찾아가 화해의 폭탄주를 돌렸다"는 한화그룹의 초기 해명이 거짓말임이 드러난 셈이다.

전기충격기 등으로 `무장'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 측은 G가라오케 관계자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사과를 하기 위해 찾아온 조모씨 등 S크럽 관계자들을 강제로 차에 태워 청계산 자락으로 향했다.

◇ `청계산 폭행'도 있었다 = 한화그룹 측이 말했던 `제3의 장소'는 언론의 보도와 항간의 소문대로 청계산 자락임이 확인됐다. 다만 허름한 숲 속의 창고가 대로변의 공사현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경찰은 28일 이뤄진 현장조사 결과 제2의 폭행장소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상적동에 있는 도로변 3층 상가건물 지하실임을 확인했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이 건물은 시민들이 드라이브를 즐기는 도로에서 불과 100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근처에는 4∼5개의 카페와 식당이 밀집해 있고 바로 옆에는 주민들이 들락거리는 빌라와 교회까지 있었다.

연합뉴스가 만난 주민 이모(50)씨는 "당시 검은 색 승용차 6∼7대가 불을 환하게 켠 채 들어와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검은 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길을 가로막고 나서서 `아무 일도 아니니 들어가라'고 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고 증언했다.

청담동과 북창동에서만 폭행이 있었지 청계산에서의 폭행은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한화그룹 경호실 관계자들의 증언이 거짓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피해자들은 이곳에서 김 회장으로부터 직접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서 증언했다.

김 회장의 아들을 자신이 폭행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구타당한 피해자는 경찰에서 "김 회장이 `눈을 때렸으니 눈을 맞으라'며 눈을 때렸고 아들과 경호원들 또한뒤따라 나를 때렸다"라고 진술했다.

이중 한 피해자는 최근 지인에게 "정신없이 맞는 데 너무 무서워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며 "나중에 차로 어딘가에 내려주는 데 죽지 않고 살았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로로 이날 폭행은 무자비하게 이뤄졌다.

폭행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아들을 때린 Y씨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은 이들을 서울 모처에 내려주고 곧바로 북창동으로 향했다.

피해자들은 하지만 일부 언론보도와 항간의 소문과는 달리 김 회장이나 경호원들이 전기충격기를 소지하고는 있었지만 권총이나 흉기는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 조폭간 `전쟁' 방불 = 등산복 차림의 김 회장과 경호원 30여명이 대형 승용차 예닐곱대에 나눠타고 북창동 S클럽에 나타난 것은 8일 자정께.

한화그룹 경호 관계자들은 경찰에서 김 회장 곁에 아들을 포함해 16명밖에 없었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북창동에 있었던 가게 주인 등 목격자들은 당시 김 회장 일행이 이 보다 훨씬 많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만난 목격자들은 김 회장 일행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S클럽에 들이닥쳐 순식간에 이곳을 장악하고 사장을 통해 종업원 Y씨를 불러내 폭행했는데 조폭간 `전쟁'을 방불케 했다고 전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흉기를 갖고 있었고 심지어 김 회장은 S클럽 사장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협박했다고 보도했지만 피해자들은 경찰에서 부인했다.

피해자들의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혹시 모를 김 회장으로부터 보복이 두려워 사실을 축소해 진술하고 있는지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점이다.

김 회장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흉기와 총기 사용 여부가 법원에서의 양형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경찰 수사 과제 = 조직적인 보복폭행 사건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한화측은 `회장은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회장 감싸기'에 나서고 있는상황이다.

경찰은 따라서 ▲회장의 직접 폭행 여부 ▲폭력시 흉기 사용 여부 ▲ 경호원 외폭력배 동원 여부 ▲사건 무마를 위한 매수 또는 협박 여부 등을 밝혀내야 한다.

경찰은 김 회장의 폭행을 둘러싸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점을 감안해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겁에 질린 피해자들의 거부로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연합뉴스=종합/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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