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의 황혼 이혼

  • 입력 2007년 2월 25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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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남매를 둔 가정을 버리고 40년 넘게 두 집 살림을 해 온 남편의 외도를 참다 못한 80대 할머니가 소송을 통해 59년 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했다. 법원은 '조강지처'를 버린 남편에게 재산의 반을 나눠주라고 판결했다.

최모(80·여) 씨는 1948년 김모(79) 씨와 결혼해 3남 4녀를 낳았다. 김 씨는 그러나 6·25전쟁 전후로 사회주의 활동을 하느라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1964년부터는 최 씨 몰래 다른 여성 조모 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김 씨는 동거녀와의 사이에 두 딸을 낳았다.

최 씨가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고 김 씨에게 따지자 김 씨는 최 씨의 목을 조르고 때리기까지 했다. 김 씨는 1994년까지 동거녀에게는 매달 50만 원의 생활비를 줬지만 시부모를 모시고 7남매를 키운 최 씨에게는 30만 원만 줬다. 1968년 한 신문사를 인수하면서 재산을 모은 김 씨는 1997년 서울 시내에 3층짜리 건물을 지어 동거녀에게 주고 둘의 관계를 정리했다.

그러나 김 씨의 두 집 살림은 계속됐다. 김 씨가 곧바로 또 다른 여성 최모 씨와 동거를 시작한 것. 김 씨는 아내의 집과 동거녀 최 씨의 집을 오가며 생활하다 생활비 문제로 아내와 다툰 뒤 2004년부터 두 번째 동거녀와 함께 살고 있다. 참다 못한 최 씨는 이혼하게 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손왕석)는 "최 씨는 시부모를 모시고 7남매를 키웠고 셋방살이를 하며 남편을 위해 사업자금까지 융통해 줬다"며 "김 씨의 폭행과 장기간의 외도로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른 만큼 김 씨는 1억 원의 위자료와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인 8억 원을 최 씨에게 주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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