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방화 용의자 신원 확인

  • 입력 2007년 2월 13일 16시 52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수용시설 화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발화지점인 304호실에서 1회용 가스라이터 2개를 발견하고 방화 용의자인 중국동포 김모(39) 씨가 이 라이터로 불을 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출입국관리소 직원과 수용자들을 상대로 반입이 금지된 라이터가 어떻게 수용소내로 반입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1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함께 3층 수용시설에서 2차 현장 감식을 벌여 304호에서 거의 훼손되지 않은 라이터 2개를 수거했다고 13일 밝혔다. 라이터는 사물함이 타고 남은 연소 잔류물과 화장실 문턱 밑에 있던 모포 아래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라이터 몸통은 보통 불에 타거나 폭발하고 쇠붙이만 남아야 하는데 그을린 흔적만 있어 국과수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김 씨의 방화를 뒷받침하는 중국인 수용자의 추가 진술을 확보했다.

304호실에 있던 쉬레이(31) 씨는 이날 "화재 당시 불길을 피해 화장실 바닥에 엎드려 있을 때 옆에 있던 중국 동포 이모(43·사망) 씨가 김 씨에게 '이러지마 다음에 불 내지마'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쉬레이 씨는 전날 경찰에 "김 씨가 불을 붙이는 것은 보지 못했으나 불이 났을 때 바닥에 깔려 있던 우레탄 장판을 뜯어 텔레비전 밑으로 번지고 있던 불 속으로 넣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었다.

방화 용의자로 지목된 김 씨의 신원도 확인됐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12일 중국에 사는 김 씨의 부인, 동생과 전화 통화해 김 씨의 본명과 밀입국 시기가 당초 알려진 2005년 10월이 아니라 2000년 9월경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 씨는 지난달 9일 전남 광양의 건설 현장에서 붙잡혀 304실에 수용된 한 달 동안 얼굴 촬영을 거부하고 독거실 수용에 항의해 수돗물을 틀어놓는 등 자주 말썽을 피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지난달 11일 폐쇄회로(CC)TV 렌즈에 치약을 바른 사실이 드러나 독거실에서 5시간 수용 처분을 받자 출입문을 발로 차 부상을 입고 수돗물을 틀어 독거실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김 씨는 이후에도 화장지와 신문지로 CCTV를 가리고 식사 중 국물이 없다는 이유로 식판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한편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오전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전남 여수 성심병원을 찾아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가슴 아픈 일이지만 이번 사고가 양국 관계의 우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13일 전남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와 관련해 한국 측에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거듭 요구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화재의 원인을 하루 빨리 규명하고 중국인 부상자 치료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 '여수 화재' 수용자가 라이터로 장판에 불 붙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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