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코멘트
◎ 논제

인간의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 자살률의 증가 원인이 개인의 생명경시풍조가 만연된 이유에서인지 아니면 외부적인 원인에 의해 증가하는 것인지, 글 (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견해를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고은옥·부산 태종대중학교 3학년

현대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점점 증가하는 자살률은 외부 요인인 언론, 정부의 정책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즉, 아무리 살고 싶은 욕구가 있더라도 사회적 조건이 힘들다면 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한 정책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안마사’라는 그들의 생존 경로를 막아 버리고 그들을 바다로 내몰았다. 그들의 살고자 하는 생명권조차도 정부는 보호하지 못한 것이다. IMF 이후 실직한 가장들의 자살, 보험금을 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는 아이러니한 자살은 모두 정부의 무능한 대책이 원인일 수밖에 없다. 또한 자살을 모방하게끔 하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 물론, 음지에 있던 자살을 양지로 드러내려는 언론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간다. 그러나 자살이라는 수단을 삶의 도피로 쉽게 생각하고,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동조하고 만 꼴이 되었다.

누구나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 누구나 자살을 하지는 않는다. 인간이 살고자 하는 의지는 원초적인 본능이다. 그러한 생명권을 스스로 버리도록 유도하는 정부는 그들 스스로의 존립조건을 망각한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은경·서울 태릉중학교 3학년

2006년 12월 30일. ‘2006년 수출액 3000억 불 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우리나라는 단 2년 만에 수출액이 2000억 불에서 3000억 불로 성장하였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오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과 함께 생활고로 인한 자살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는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졌지만 생활고를 느끼고 있는 사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국민의 생활이 더욱 윤택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생활고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황금만능주의에 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신적인 것보다는 물질적인 것에 치중하게 되었다. 정신적인 자세까지도 물질적인 것에 의해 흐트러지면서 자기 자신의 소중함보다는 돈에 대한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경시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모든 것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들을 존중할 줄 알기 위해선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을 존중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삶을 옳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 총평

과학이 발달하고 물질문명이 나아지면서 인간은 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꿈꾼다. 그러나 이런 인간의 본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계속해서 깨져만 간다면 절망과 시련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런 절망과 시련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두고 글 (가)는 생명경시 풍조의 만연이 큰 문제임을 제시하고 있다. 즉 자기를 존중하지 못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살을 하는 것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참모습과 능력을 찾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반면에 글 (나)는 자살률의 증가는 국가의 책임이 따른다는 일본의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다시 말해 러시아에 이어 자살률이 높은 일본이 자살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자살 방지를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자살의 증가가 곧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의 결과라 하겠다.

이처럼 이번 논제는 자살이라는 원인을 두고 개인의 생명경시풍조가 원인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외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논제를 낸 시기와 맞물려 가수 유니 씨의 자살로 매스컴은 떠들썩했다. 그렇다 보니 논제에 따른 학생들의 글 속에는 앞서 제시한 사건 일색이었다. 실제 발생한 문제를 제시하는 것은 좋으나 참신함과 논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요구하는 논술문에서는 다른 식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가수 유니 씨의 자살에 대한 글을 제시하다 보니 글의 내용들이 모두 비슷비슷하였으며, 자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보다는 단순히 앞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글도 있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다 참신하고 독특한 글로 평가받고 싶다면 논술문을 쓰는 시기와 상황을 고려하여,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예시나 근거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은옥 학생의 글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늘 사회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그 틀 속에서 삶이 규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본인이 선택한 죽음의 문제 역시 사회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시각장애인들의 생존권 문제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시기의 실직 가정이 겪은 수난 등을 들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설명하고 있어 큰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자살률의 증가를 사회적 문제로 다루면서 미국의 사회학자 필립스가 명명한 ‘베르테르 효과’를 언급한 부분은 언론의 경우뿐 아니라 인터넷 문화의 좋지 않은 단면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더라면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자살 사이트가 횡행하고 걸러짐 없이 무분별한 정보들이 많이 흘러나오는 인터넷이 사람들의 자살을 불러일으키는 큰 요인이 될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베르테르 효과’란 말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전문 용어를 쓸 때는 그 용어가 해당되는 가장 적절한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를 고민한 뒤 사용한다면 더욱 가치 있는 글로 평가받을 것이다.

이은경 학생의 글은 물질문명의 발달이 곧 인간의 행복과 직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수출액 3000억 달러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자살하는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잘 설명하였다. 또한 물질 수준의 향상이 정신적인 성숙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부분 역시 돋보였다. 그러나 자살 원인에 대한 논자의 생각이 제대로 드러난 것에 비해 결론에서 제시한 주장은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즉 인간이라면 대부분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고 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하는 내용을 논술문의 결론에서 서술한다면 논자의 주장이 퇴색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논자의 주장을 강력하게 드러내거나 바람직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窩聆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