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 사칭 문자메시지 사기 판친다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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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칭해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곤경에 처했으니 돈을 빌려 달라’는 사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똑같고 친구 이름과 돈을 입금하라는 은행계좌번호만 다른 것으로 미뤄 전문 사기조직이 대량으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에 살고 있는 회사원 심모(51) 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친한 고교 동창 목모(51) 씨에게서 잇달아 두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두 시간 후에 보내도 되겠느냐”는 것과 “내 이름으로 곧 보낼게”라는 것. 영문을 모르는 심 씨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뭘 보내겠다는 것이냐”고 묻자 목 씨는 “네가 급하게 돈을 보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심 씨가 자신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목 씨에게서 전송받아 확인한 결과 “창피한 얘긴데 와이프 몰래 비자금 만들다가 걸려서 이혼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화할 상황이 못 되니 300만 원만 입금해 주면 와이프한테 확인만 시켜 주고 내일 곧바로 돌려주겠다. 꼭 좀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정일권 비상계좌’라며 K은행 계좌번호가 찍혀 있었다.

심 씨가 “발신자 전화번호가 내 것과 다르지 않겠느냐”고 묻자 목 씨는 “전화번호도 네 것이어서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흘 후인 31일에는 심 씨 자신이 똑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번엔 또 다른 고교 동창 지모(51) 씨가 돈을 빌려 달라는 것이었다. 내용은 똑같았으나 계좌번호만 ‘W은행 정호용 비상계좌’로 바뀌어 있었다. 전화번호도 지 씨의 것이었다.

이번 사기 사건은 범죄조직이 동창회 명부 등을 입수해 이름과 친소 관계를 확인한 뒤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구의 진짜 전화번호를 입력해 쉽게 믿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피해자가 늘어나자 각 고교 동창회에서는 회원들에게 “동창을 사칭한 사기에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경찰청은 2일 “각종 전화 사기 중에 동창을 사칭한 사기도 적지 않아 일선 경찰서에서 피해 사례를 접수 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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