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Focus]서울대 경영대학 새 사령탑 곽수근 학장

  • 입력 200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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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진환 기자
사진=홍진환 기자
오랫동안 수많은 인재들이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 MBA 과정을 마쳤다는 것은 곧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교수진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선진 교육을 경험한 경영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컨설팅 회사나 외국계 투자회사의 최고 임원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 MBA 출신이다.

그러나 미국 MBA 과정을 밟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MBA 과정을 이수하려는 이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다. 가정을 뒤로하고 거액의 학비를 들여 미국으로 떠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지난해부터 문을 연 한국 주요 대학의 MBA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관심의 중심에는 서울대 경영대학원이 자리 잡고 있다.

‘토종 MBA’가 하버드 등 미국 명문대 MBA와 경쟁해 이길 수 있으려면 단기간에 우수한 인재를 배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서울대다.

○ 국내 1등을 넘어 세계 대학과 경쟁할 것

서울대는 MBA 성패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경영대의 사령탑으로 곽수근(54·사진) 교수를 내세웠다. 최근 신임 서울대 경영대학장으로 취임한 곽 교수를 지난달 30일 학장실에서 만났다.

“잠을 잘 못 잡니다.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지요. 세계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에 국내 1등이라는 딱지는 더는 훈장이 아닙니다. ‘서울대 MBA가 세계에서 랭킹이 몇 위냐’ 했을 때 ‘150위다’ 이러면 말이 안 되는 거지요.”

곽 교수 말대로 서울대 MBA의 성패는 바로 랭킹에 있다. 서울대가 세계 유수의 MBA와 경쟁해 상위 랭커가 된다면 그만큼 좋은 학생들을 모을 수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 선순환(善循環)의 고리가 확보되는 셈이다.

‘몇 위까지 가능한지 현실적으로 답해 달라’고 물어보았다.

“교육인적자원부가 확실하게 도와주면 10년 안에 10위권도 가능합니다. 안 도와주면 100위권 정도 가능하고요.(웃음) ‘세계적인 인재를 키우는 명문 MBA 하나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하고 투자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어요.”

○ 세계 톱클래스 교수진 80명까지 확보

무엇보다 곽 교수는 교수진의 수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서울대 경영대 교수진 가운데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약 50%는 세계 톱클래스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능력 있는 교수들을 대거 충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 50명 수준의 교수진을 80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립대인 서울대가 교수를 늘리려면 교육부의 허락이 필요하다. 하지만 곽 교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겠다”며 의욕을 보인다. 기업의 협조를 받아 그 기금으로라도 유능한 교수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네트워크’도 무시 못할 자산이다. 적어도 한국에서 일을 하려면 미국 MBA를 나와 미국의 네트워크를 갖는 것보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서울대의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더 유리하다.

“서울대 MBA는 세계 어느 MBA보다 한국의 문화와 한국의 기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MBA가 될 수 있어요. 앞으로는 이런 강점을 이용해 재외 교포들 가운데 한국에서 일할 의지가 있는 우수한 학생들을 대거 받아들일 것입니다.”

○ “인재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보상받습니다”

하지만 평등주의 교육 문화가 팽배한 현실 속에서 소수의 최정예 경영 전사(戰士)를 길러내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들었다. 더구나 일각에서 ‘서울대 폐지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세계 최고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를 해야 해요. 대학도 아니고 대학원이 인재를 뽑는 데 어떤 제약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또 좋은 재원들에게는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죠. 완벽하게 지원해 줘야죠.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곽 교수는 “노키아 경영자 한 명이 핀란드 전체를 먹여살리는 것을 보라”며 “인재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학장에 취임한 뒤 여러 기업으로부터 ‘좋은 인재들을 꼭 배출해 주시라’는 간곡한 호소를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들의 바람대로 정말 좋은 인재들을 길러 보고 싶습니다. 서울대 MBA가 한국 교육과 한국 기업을 뒤흔들 태풍의 핵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곽수근 학장은…▼

1953년 출생 1977년 서울대 경영대 졸업 1987년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학 박사 1994년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초빙교수 1998년 서울대 경영대 교수2000년 경영대학 MBA 추진위원회 위원 2001년 서울대 발전기금 상임이사 2003년 서울대 차세대행정정보시스템기획단장 2003년 서울대 산학협력재단 감사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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