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원상]‘反코드’ KBS 노조 출범식장의 정연주 사장

  • 입력 200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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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노조는 11일 오전 KBS 본관 로비에서 민주노총 조준호 위원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대 노조 취임식을 열었다. 노조는 연단에 ‘코드 박살’이라는 문구를 써 붙여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논란이 되어 온 ‘코드 방송’ ‘코드 인사’의 문제를 분명하게 제기했다.

이 자리에는 정 사장을 비롯해 김홍 부사장 등 임원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정 사장은 자리에 들어서면서 밝은 표정으로 노조 집행부와 악수하고 운동권 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다. 그는 2003년 4월 노조의 전폭적인 환영을 받던 기억이 되살아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이 노래를 열창했다.

그러나 박승규 노조위원장이 취임사를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KBS 구성원이 원치 않았던 사장을 청와대가 다시 보낸 것은 분명히 오늘 우리 KBS의 우울한 현실”이라며 “연말 대선도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시험하는 또 한번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종철 전임 위원장도 이임사에서 정 사장이 주장하는 개혁에 대해 “말뿐인 개혁이었다”며 “비판 의식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 취임 후 지속된 KBS의 편파 보도 논란과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정 사장의 표정은 굳어졌으며 식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이 같은 결과는 정 사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그는 줄곧 ‘개혁’을 외쳤음에도 82%에 이르는 사원이 그의 연임을 반대했다. 연임 과정에서 KBS 이사 세 명이 사퇴했으며 새 노조는 선거 공약에서 ‘반(反)정연주’를 내세웠다.

KBS 노사는 12일 오후 임원과 노조 집행부 간 상견례를 한다. 정 사장의 노조 출범식 참석과 이어지는 상견례를 둘러싸고 노사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노조는 “의례적인 만남일 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정 사장과 노조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불렀지만, 그 대상인 ‘임’은 서로 다르게 들렸다. 사장의 임과 사원들의 임이 어긋나면 불협화음만 빚어질 뿐이다. 시청자야말로 KBS의 진정한 임이라는 사실을 노조와 정 사장은 잘 알 것이다.

남원상 문화부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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