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못한 ‘마도로스의 꿈’…한국어선 아르헨 해역 침몰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대서양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한국의 트롤어선이 강풍과 높은 파도를 만나 침몰해 선원 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2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반경 아르헨티나 연안에서 동쪽으로 200마일 떨어진 해역에서 부산 선적 925t급 트롤어선인 제207인성호가 침몰했다. 사고 당시 해역에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 불고 파도는 4∼5m 높이였다.

이 사고로 선장 임인택(40·부산 동구 수정1동) 씨 등 한국인과 중국인 선원 4명이 숨지고 김형각(52·경북 경주시 구정동) 씨 등 2명이 실종됐다.

김수원(56·부산 기장군 기장읍) 씨 등 나머지 28명은 사고현장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던 한국 국적 프라티디나28호에 의해 모두 구조됐다.

제207인성호는 한국인 10명과 중국인 13명, 베트남인 11명 등 모두 34명을 태우고 오징어잡이를 위해 9월 17일 우루과이에서 출항했다.

사망자 중에는 고교생 김보수(18·경남 남해군 미조면) 군이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남해해양과학고 기관과 3학년으로 전교 1∼3등의 성적을 유지하던 김 군은 기관사 자격증 취득 요건을 갖추기 위해 1년간 해양실습을 떠난 길이었다.

김 군은 10여 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부산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으나 아버지마저 병사하자 1999년부터 작은아버지 집에서 기거해 왔다. 사고 소식을 들은 김 군의 작은아버지(45)는 “조카가 ‘작은아버지 생활도 힘드신데 더는 짐이 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편 이날 오후 부산 서구 암남동의 인성실업 부산지사 사무실은 선원 가족들에게 연락해 현장 사정을 설명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지만 선장 임 씨가 사망해 사고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망한 기관사 김진기(50·부산 동구 좌천1동) 씨의 부인 정모(50) 씨는 “9월 우루과이에 있을 때 한 달간 같이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망자 △임인택 △김진기 △김보수 △송위(20·중국동포)

▽실종자 △김형각(52) △최호(42·경남 진주시 평거동)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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