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전국체전서 역도 2관왕 오른 포항해양고 정광교 군

  • 입력 2006년 11월 1일 06시 50분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번 금메달은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합니다.”

31일 오후 경북 포항시 포항해양과학고(교장 김진규) 역도연습장. 지난주 폐막한 87회 전국체전에서 남자 56kg급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한 2학년 정광교(17) 군은 바벨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고 있었다.

정 군은 이번 체전에서 인상 96kg, 용상 132kg을 들어올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우연히 역도를 시작한 그는 한때 비행 청소년이었다. 포항시 북구 창포동의 11평 임대아파트에서 부모와 사는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을 부끄러워하며 가출과 비행을 일삼았다.

중2 때인 2003년 6월에는 전국소년체전을 앞두고 ‘사고’를 쳐 소년원으로 가기 전 임시로 경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중 포항 교육계의 탄원으로 다시 바벨을 쥘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전병관(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선배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꼭 되고 싶다”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도 잘 모시고 그동안 도와준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6시간 동안 4만 kg가량의 바벨을 들고 또 들어올리는 혹독한 연습을 거듭하고 있다.

“한 번보다 두 번, 두 번보다 세 번 들면 바벨이 가벼워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는 현재 105kg(인상), 138kg(용상)까지 들 수 있다.

국내 최고기록에는 10kg, 세계 수준에는 25kg가량 못 미친다.

국가대표 출신인 김일곤(40) 코치는 “광교는 체중조절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신체조건이 역도에 적합하다”며 “전국체전 이후 자신감을 갖고 더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어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굳은 마음 덕분인지 5월 강원 원주에서 열린 78회 전국역도선수권대회와 8월 전북 군산에서 열린 아시아 유소년 역도선수권대회에서도 각각 금메달을 땄다.

정 군의 값진 금메달은 실업계인 이 학교 1000여 명의 학생들에게도 큰 기쁨이 되고 있다.

김 교장은 “실업계 고교라 의기소침하기 쉬운 학생들이 광교가 실력으로 전국 최고가 되는 것을 보고 눈빛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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