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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9월 28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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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간의 시네마천국’ 제대로 즐기려면
부산의 바다에 영화의 물결이 밀려온다.
제 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10월 12일부터 20일까지 열린다. 10년의 세월을 거쳐오면서 아시아 최고, 최대의 영화제로 발돋움한 PIFF가 새로운 10년을 여는 행사로 마련했다. 올해는 해운대와 남포동 4개 극장 31개관에서 총 63개국, 24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초보자가 PIFF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PIFF 홍보팀과 다음카페 동호회 ‘러브피프’ 회원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영화 한두 편 보고 가을 바다 보고, 주변에서 부산 음식 한 그릇 먹고 오는 것만 해도 훌륭한 가을 나들이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piff.org) 참조.
● 시간 배분에 주의하라
일정을 짤 때 시간 배분을 잘해야 한다. 올해는 대부분의 상영관(28개관)이 해운대에 몰려 있어 좀 나은 편이지만 해운대와 남포동을 오갈 경우 오전은 해운대, 오후는 남포동 등으로 장소를 몰아 일정을 짜야 한다. 해운대와 남포동은 지하철로 약 1시간 거리. 감독과 배우가 나오는 ‘GV(Guest Visit)’가 있는 상영은 영화가 끝난 뒤 ‘최소 30분+이동 시간’의 여유를 두고 다음 영화를 골라야 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상영관에 들어갈 수 없다.
● 보기 힘든 영화를 챙기자
빨리 매진되는 영화는 유명감독의 신작이나 단편 애니메이션, 일본 영화들이다. 26일부터 예매가 시작됐는데 첫날 오후 5만5000석이 나가 이미 매진된 것이 많다. 그러나 유명한 작품은 나중에 개봉될 가능성이 높으니 제3세계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보기 힘든 것을 선택해도 좋다. 이번에는 괜찮은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영화들이 선을 보인다.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일제강점기 영화들이 나온다. 특히 41년 작 ‘반도의 봄’과 영상자료원이 홍콩에서 필름을 찾아와 복원한 뒤 공개하는 신상옥 감독의 ‘열녀문’을 눈여겨 볼 만하다.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오랜만에 한국영화로 개막작에 선정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를 비롯해 차이 밍량의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아’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하나’ 쓰카모토 신야의 ‘악몽탐정’,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브뤼노 뒤몽의 ‘플랑드르’등이 화제작”이라고 소개했다.
● 현장에서 건진다
원하는 영화표를 예매 못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게 마니아들의 충고다. 현장 판매를 노려보자. 현장에서 구입하려면, 평일에는 최소한 서울에서 오는 막차의 도착 시간보다는 먼저 가 있어야 하고 주말에는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둘 것. 담요나 두툼한 겉옷은 필히 지참. 그래도 못 구하면 상영관의 티켓교환 부스를 찾는다. 부득이하게 영화관람을 포기한 사람들이 표를 맡기는 곳이다. 영화제 홈페이지의 티켓교환게시판과 영화제 관련 카페 게시판도 훑어본다.
● 숙박비가 필요 없는 ‘미드나잇 패션’
모텔이나 찜질방을 이용하는 것도 값싸게 숙박을 해결하는 방법. 모텔은 현금으로 흥정해야 더 싸다. 1박에 3500∼1만 원인 함지골 청소년수련원과 유스호스텔 아르피나는 PIFF측이 제공하는 숙소(051-731-0051)로 예약이 거의 끝나간다.
숙박비와 시간을 아끼려면 올해 신설된 ‘미드나잇 패션’(10월 13∼16일)을 보면 된다. 밤늦게 부산에 도착해 다음 날자정부터 새벽까지 세 편을 1만 원에 보며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먹고 돌아오면 된다. KTX를 타고 간다면 미리 예약할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며 동반석(4석)을 구입하면 37.5% 할인된다. 10월 16∼19일의 1,2회 상영작(야외 상영 제외)은 3000원에 볼 수 있다.(일반 티켓은 5000원)
● 스타를 만나고 싶다면
올해 개막식엔 150명 이상의 국내 스타가 출동한다. 개막식 티켓은 이미 매진됐지만 현장 판매분은 남아있다. 남포동 PIFF광장과 해운대 야외무대에서는 스타의 무대인사가 있다. 10월 14일 오후 5시 반 조인성 이보영 등 ‘비열한 거리’팀. 15일 오후 2시 반에는 설경구 등 ‘열혈남아’ 팀이 참가할 예정. 일정은 변경 가능하므로 홈페이지의 ‘이벤트’ 난 참조.
GV는 금방 매진된다. 영화 티켓을 구하지 못했어도 ‘시네피플(시네마테크 부산과 피프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이면 GV만 구경할 수도 있다(members.piff.org에서 신청). 영화제 기간에 혜택을 보려면 이달 30일까지 가입해야 한다.
● 관객이 참여하는 PIFF
10월 14일 오후 10시부터 부산영상위원회에서 열리는 ‘시네마틱 러브’는 ‘올 스탠딩’ 파티. 남궁연 바비킴 등이 출연하며 오전 5시까지 신나게 놀 수 있다. 현장판매는 2만5000원, 온라인은 2만 원.
해운대 백사장의 파빌리온에서는 배우 사진전이 열리며 공짜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관객카페도 있다. 거장과의 대화를 원하는 관객은 ‘마스터클래스’에 가자. 10월 16일 헝가리의 이스트반 사보 감독, 17일은 대만의 차이 밍량 감독이다. 참가비는 5000원.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 수준별 추천작
바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상영작들의 매진 사례 소리다. 19일 개·폐막작 예매를 시작으로 26일 일반작 예매가 시작된 가운데 개·폐막작을 비롯해 26개 작품이 매진됐으며 78개 작품이 1회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진 작품만 화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진을 기다리고 있는 고품격 영화가 수두룩하다. 이 중에서 과연 어떤 영화가 나에게 맞을까 고민하는 관객들, 걱정 마시길. 여기 수준별 추천작이 나가신다. 개봉박두!
영화제를 처음 방문하는 초보 관객들이라면 한국 영화부터 눈에 들어올 것이다. ‘한국 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소개되는 박기형 감독의 ‘폭력서클’은 고교 1학년생 상호가 싸움판에 휩쓸리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10대들의 거친 일상을 보여 주는 영화.
‘폭력서클’과 궤를 같이하는 이정범 감독의 영화 ‘열혈남아’ 역시 이 섹션에서 소개된다. 설경구, 조한선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이 영화는 11월 개봉 전 이번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조폭 액션으로 시작해 가족멜로드라마로 끝맺는 이 영화는 재문(설경구)이 친구 민재가 대식에게 살해당하자 조직에 갓 들어온 치국(조한선)과 복수를 결심하는 내용이다.
외화로는 인도판 ‘슈퍼맨’ 영화라 불리는 ‘슈퍼 히어로 크리시’가 ‘오픈 시네마’ 섹션에 소개된다. 아버지가 물려준 초능력을 안고 사는 인도 산골마을 소년 크리시나가 아버지를 둘러싼 음모를 해결하고 사랑도 쟁취한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스타일 영화. 여기에 홍콩 액션이 곁들여져 독특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 밖에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소개되는 일본산 블랙 코미디 영화 ‘칫솔과 에어컨’은 일본 출신 코미디언 이치이 마사히데의 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한심한 남편의 아내 사랑 되찾기’가 주제. 또 에릭 슐로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패스트푸드의 제국’도 눈길을 끈다.
영화제를 눈 감고도 갈 수 있다는 고수들. 이들에게는 ‘크리틱스 초이스’ 섹션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2006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루마니아 출신의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의 ‘부쿠레슈티의 동쪽’을 들 수 있다. 1989년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쿠가 인민혁명으로 정권에서 물러나고 16년 후 TV 방송국 사장, 산타클로스 아르바이트를 하는 퇴직자, 역사 교사가 TV 토론회를 벌인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을 통해 기억의 진실성을 탐구하는 블랙코미디.
2006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FIPRESCI)상,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한 영화 ‘방황의 날들’은 외국의 낯선 공간에 적응하며 방황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한국 출신의 김소영 감독이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 밖에 2006 베를린영화제 젊은비평가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출신의 마티아스 뤼타르트 감독의 ‘핑퐁’, 성적 자유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세컨드 문’ 등이 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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