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골프채 절도범 검거

  • 입력 2006년 9월 1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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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고급 승용차 트렁크에 골프채를 넣어놓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 차를 주차해 놓으면 골프채를 도둑맞을 확률이 높다.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 경기 성남시 분당 등 수도권 일대 고급 아파트단지를 외제차를 타고 돌며 골프채 300여 개를 훔쳐온 전문털이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성남 중원경찰서는 14일 골프채 전문털이범 오모(43ㆍ실내골프장 운영) 씨와 오 씨로부터 골프채를 전문적으로 사들여 이를 다시 판매한 박모(38ㆍ골프숍 운영) 씨를 각각 절도와 장물취득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오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1년 9개월간 서울 서초구 송파구와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 주로 아파트 단지에 세워져 있는 고습 승용차 트렁크를 열고 모두 300여 개의 골프채를 훔쳤다. 피해 금액은 7억5000만 원으로 현재까지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140여 명. 피해자들의 평균 신고금액은 250만 원이었지만 최고가는 800만 원에 이른다.

오 씨는 이전에도 서울 강남 일대에서 골프채를 털다 검거돼 실형을 살다 2004년 10월에 출소한 전문털이범답게 범행수법도 노련했다.

오 씨는 우선 CCTV가 설치된 지하 주차장 대신 지상 주차장이나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을 주로 노렸다. 범행시간도 경비원들이 졸고 있거나 우유, 신문 배달이 시작되기 전인 새벽 1시~4시를 틈탔다. 골퍼들이 주말골프를 앞두고 금요일에 골프채를 차량에 실어놓는 점을 알고 금요일 밤에 보통 4,5채씩을 훔쳤다.

차 경보음이 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뒷좌석 옆 삼각형 유리를 통째로 드러낸 뒤 뒷문을 열고 이어 앞문을 연 뒤 운전석에 있는 트렁크 개폐장치로 트렁크를 열었다.

경찰은 "오 씨가 차량 1대를 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1분이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경찰에서 "범행 도중 만나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고급 외제차인 링컨LS를 이용했다"며 "골목마다 CCTV가 설치된 강남구는 가급적 피했다"고 진술했다.

오 씨는 훔친 골프채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광주광역시 소재 중고 골프채 매매점 주인 박 씨와 집중 거래했다.

오 씨가 골프채를 택배로 보내면 박 씨는 오 씨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박 씨는 6억 원 상당의 골프채 250개를 1억 원에 사들였다.

오 씨는 또 범행을 숨기기 위해 적자를 내면서도 의왕시에서 영세한 실내골프연습장을 운영하고 여기서 훔친 골프채를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경찰은 오 씨의 실내연습장과 박 씨의 골프¤에서 모두 50개의 골프채를 장물로 압수했다.

성남=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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