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귀와 손으로 20세기 명화 감상”

  • 입력 2006년 7월 21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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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을, 그것도 어렵고 슬퍼 보이는 사람을 많이 그렸나요?”

“광대 같은 사람들은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 주잖아.”

19일 오전 10시 반 대전시립미술관 세미나실. ‘소리로 보는 그림전’에 초청된 대전맹학교 초등부 학생들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구성된 전시연계연극놀이팀 단원 간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소리로 보는 그림전’은 시립미술관이 ‘조르주 루오 특별전’(5월 4일∼8월 27일)을 열면서 시각장애인이 귀와 코와 손과 마음으로 루오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연극. 조르주 루오(1871∼1958)는 프랑스 출신으로 온갖 좌절을 딛고 성공한 20세기 미술계의 거장이다.

연극은 다양한 악기와 몸동작, 소리, 스토리텔링 등으로 이뤄졌다.

방금 전까지 진행된 연극에서 루오는 미술대회에서 4번째로 떨어져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연극팀은 “종소리와 기침 소리 후 루오가 여러분 앞에 앉을 것이니 궁금한 것을 물어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왜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죠?” “미술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해 속상하지는 않았나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미 꽤 성숙한 중학생들은 공장을 다니며 미술을 공부하고 끊임없는 좌절 끝에 성공한 루오의 일생에 감동한 듯했다.

당초 이 행사는 이 학교 중학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3일과 19일 두 차례 열기로 했다. 그러나 중학생들의 반응이 좋자 학교 측 요구로 고등학생(19일 오후)까지 확대됐다.

두 명씩 짝을 이뤄 상대방을 진흙이라고 상정하고 작품을 만든 뒤 이름을 붙이는 프로그램에서는 자살 충동을 경험한 학생이 얼굴을 감싸 안은 모양을 조각한 뒤 ‘행복하게 살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을 붙여 공연장이 눈물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공연에 참석한 대전맹학교 초등부 구예은(7·1학년) 양은 “루오가 많은 어려움에도 용기를 잃지 않아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시립미술관은 20일에는 이 학교 중학생을 대상으로 조각으로 재구성한 루오 대표작을 만지며 감상하는 행사를 가졌다. 25일에는 청각장애인인 대전원명학교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수화를 통한 루오전 감상 행사를 연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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